김종광 글·홍선주 그림창작과비평사 발행
초등고학년 이상·8,000원
'얼굴은 이끼로 덮인 돌덩이처럼 빡빡 얽었고 눈은 실 드나드는 바늘귀만하고, 코는 험한 바위 같고 나발 같은 입은 두 주먹을 넣고도 남을 만큼 큰' 박씨 부인은 남편과 시어머니의 온갖 박대를 묵묵히 견뎌낸다. 하지만 그는 신통력을 가진 사람이다. 시아버지 조복(朝服)을 하룻밤에 혼자 다 짓는 식이다.
부인의 초능력은 허물을 벗은 후에 더욱 빛을 발한다. 임경업 장군을 도와 청나라 군사들과 싸우고, 오랑캐에 쫓겨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임금을 지키기 위해 온갖 도술을 다 부린다. 결국 박씨 부인에게는 '충렬부인'이라는 칭호와 상이 내리고 남편 이시백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이야기이다.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창작돼 현재 한글 필사본만 70여 종이 있는 인기 소설을 요즘말로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소설가 김종광씨는 무능력한 남성들과 대조적으로 초인적인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는 박씨 부인의 활약상을 가장 잘 드러낸 고려대 도서관 소장본을 기본 텍스트로 삼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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