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 온 수지김(한국명 김옥분·사진)씨 유족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서울지법 민사합의41부(지대운 부장판사)는 15일 수지김씨 여동생 옥자씨 등 유족 10명이 국가와 수지김씨의 남편이자 살해범인 윤태식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들에게 4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수지김씨 사망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데도 국가는 조직적으로 국가권력을 이용해 살해된 수지김씨를 간첩으로 조작하고 살인범 윤씨를 오히려 반공 투사로 만들어 원고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남북분단 상황에서 원고들은 간첩 가족으로 몰려 그동안 신분상의 불이익에 따른 경제적 궁핍을 겪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까지 당했다"며 "국가는 이 모든 사정을 참작해 위자료로나마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측의 시효 만료 주장에 "국가가 위법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원칙상 도저히 허용될 수 없다"면서 "원고들로서는 윤씨가 기소된 2001년 11월에야 진실이 조작됐음을 알게 됐으므로 소멸 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은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1987년 1월 수지김씨 살해사건 당시 안전기획부가 윤씨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조작, 수지김씨를 간첩으로 몰았고 2000년 경찰청과 국가정보원이 사실을 숨기며 윤씨에 대한 내사를 종결, 명예회복의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지난해 5월 108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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