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의 비평 경향 중 하나인 '문학주의'는 이분법적 도식에 갇혀 있는 것이다." 평론가 임규찬(46·사진)씨가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실린 평론 '최근의 비평적 양상과 문제점'에서 근래의 비평 흐름을 분석했다. 그의 글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90년대 평론 가운데 이광호 우찬제 박혜경씨 등의 평론을 비판한 대목이다. 모두 '문학과사회' 동인인 이들의 문제로서 그는 '문학주의'라는 경향을 짚는다.임씨는 우선 "90년대 초반부터 80년대적인 것을 낡고 억압적인 것으로 보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일, 즉 계급·민족·계몽에 대한 혐오증에서 탈계급·탈민족·탈계몽에 대한 열광증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학만의 독자성·자립성·자율성을 위해 손쉽게 이분법을 구사, 한쪽을 내려침으로써 다른 한쪽을 순결하게 만드는 전략이 있어왔다"며 "그때 가장 주된 비판적 근거로 내세워지는 것이 '계몽성' '이념' 등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광호씨의 평론 '보이지 않는 비평의 시대'에 대해 "처음에는 '극단적 계몽주의'라 하여 극단성을 문제삼다가 어느 순간 '계몽적 지위'로 일반화해 전체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계몽적인 것과 문학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의 구사를 통한 '한쪽 죽이기'라는 것이다. 그는 또 우찬제씨가 최근 평론 '한국소설의 고통과 향유'에서 '계몽주의로부터 벗어나기, 현실의 논리를 초월하여 소설 담론의 논리를 추구하기' 등을 '보수적 소설관'으로 명명한 데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이분법 도식이 상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혜경씨의 평론집 '문학의 신비와 우울'에 대해서는 "계몽적인 것, 덧붙여 사실주의적 재현 논리까지 한데 묶어 현대사에서 추방한다"면서 박씨가 탈정치적 성격과 역사의식의 부재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임씨는 더욱이 더 젊은 세대의 평론가에 이르면 "인상주의와 비평의 잡담화로 빠지기 쉬운",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의 괴리'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론비평 없이 작가론과 작품론 같은 실제비평만으로 엮인 비평집들이 나온다면서 "비평적 기준보다 작품 해설 수준의 비평이 양산되는, 비판력 부재의 현상과 맞물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규찬씨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광호씨는 "평론 '보이지 않는 비평의 시대'는 기실 90년대 비평의 '문학주의' '작가주의'적 경향에 대한 반성 의도에서 씌어진 것"이라고 밝힌 뒤, "임규찬씨는 '이분법 도식'을 비판의 핵심으로 삼으면서도 민족문학 진영인 임씨 스스로 일군의 평론을 '문학주의'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비평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혜경씨도 "문학주의라는 말 자체가 민족문학 논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문학적 입장을 지닌 진영을 비판하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닌가"라며 "실제비평의 문제를 거론할 경우 논자가 보기에 그러한 비판에 상응하는 글을 예로 들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전개하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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