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독일 때리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독일 때리기

입력
2003.08.16 00:00
0 0

상당수 언론에서 독일 때리기가 한창이다.몇몇 신문의 제목을 보자. "노조, 경영에 지나친 관여 독일 유럽의 경제병자로" "노동자 천국 독일 성장률 뒷걸음질… 실업자 400만 넘어" "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

'독일 경제가 장기침체를 겪는 것은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해고는 어렵고 노동시간은 적은데 임금은 지나치게 높은 반면 복지 혜택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정치·사회·경제·역사적으로 다양한 원인이 얽히고 설켜 있는 현상을 한 두 요인 탓으로만 돌려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위의 설명을 역으로 재구성해 보자. '노동자들이 시도 때도 없는 해고 위험을 흔쾌히 감수하면서 좀더 많은 시간을 돈을 적게 받으면서 열심히 일했다면 독일 경제는 잘 되고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인 거시경제 현상을 이런 식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면 경제학은 힘 들여 공부할 필요가 없다. 틀린 주장이거나 거짓말이다. 틀린 주장이라면 사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고, 거짓말이라면 알고도 한 것이니 다른 저의가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오죽했으면 독일대사관 상무관이 한국 텔레비전에 나와 "한국 언론보도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까지 했을까?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유쾌한 분배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일자리와 교육 등)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사회적이다"라고 밝혔다.

세금을 많이 거둬 약자층에 보조만 하는 식의 복지 규모는 좀 줄이는 대신 성장의 활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복지를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행여 '분배적 사회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이라고 보고 폐기를 선언했다'는 식으로 또 다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광일 국제부 차장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