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합과 혁신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해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고, 통합된 힘으로 경제를 개혁하고 정치를 혁신하자고 말했다. 통합과 혁신만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며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우리 사회가 이념 세대 계층 지역 등을 경계로 극심한 분열상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통합의 당위성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구각을 깨고자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추구와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시도는 혁신을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6개월 전 취임사에서도 강조한 국민통합과 개혁의 필요성이 경축사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명제들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해결은커녕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무엇 때문에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아직도 통합과 혁신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리더십이 절대 필요하고, 혁신을 하자면 방향성 정립이 중요하다. 이는 모두가 노 대통령과 새 정부의 몫이다.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는 조정자 역할을 하고, 정부는 분명한 정책 제시로 혁신에 따른 진통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경축사는 첨예한 쟁점에 대한 의견 개진보다는 포괄적 국정방향 제시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통령 자신이 국론분열의 단초가 되는 발언을 자주 해 왔기에 경축사의 차분한 기조는 바람직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집권 6개월이라는 분기점을 맞아 국민의 가슴에 와 닿은 메시지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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