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홀로코스트와 현재 후지와라 기이치 지음이숙종 옮김 일조각 발행·1만원
"일본에서는 히로시마가 전시 대량살육의 정점이며 핵 공포 시대의 시작으로 기억되는 반면, 미국에서는 전쟁 종결의 기쁨이자 전쟁 승리의 영광으로 기억된다. 많은 일본인들은 핵무기를, 나아가 전쟁을 절대악으로 삼는 교훈을 히로시마 피폭에서 얻었다. 반면 전쟁이라는 동일한 사건이 미국인에게는 정의의 실현으로 기억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미국인과 일본인은 어떤 경험 때문에 자신들이 겪은 전쟁의 상처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일본 도쿄대 대학원 교수로 있는 전후 세대 국제정치학자인 저자는 전쟁을 잊지 않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의 형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역사적·사회적 경험과 기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 역사나 사회적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히로시마의 평화기원자료관과 워싱턴의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둘러보고 두 나라의 영화, 문학작품이나 다양한 사건 등을 통해 전쟁 회고 방식의 변천을 살핀다.
2차 대전 전까지도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극히 적었던 일본에서 절대 평화와 반전 구호가 등장한 데는 역시 히로시마의 체험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쟁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일본인 개개인의 복합적 시각이 서로 뒤엉켜 있다. 각 나라의 전쟁관을 개인의 체험에 바탕해 비교한 시각이 신선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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