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인수합병(M&A) 위기를 계기로 끈끈한 유대를 형성, '현대가(家) 법통' 지키기에 나섰다.현대그룹은 15일 외국인들이 그룹 지주회사인 엘리베이터의 주식을 집중매입, 경영권을 위협받았으나 범 계열사들이 엘리베이터 자사주 매입과 주식 매집에 동참하면서 M&A 위기를 넘겼다고 밝혔다.
범 계열사인 금강고려화학(KCC)과 현대백화점 현대시멘트 등은 13일 의결권 없는 엘리베이터 자사주 43만주(7.66%)를 장외에서 사들인 데 이어 장내에서도 4.5%를 추가 매입했다. 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의결권 부활 등으로 우호지분이 28.0%에서 42% 정도로 늘어나 경영권 방어에 문제 없다"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선봉 정상영 명예회장
자사주를 사들인 현대시멘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계열이고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 한국프랜지는 정 명예회장 매제인 김영주 명예회장 계열이다. 현대백화점은 정몽헌 회장의 형 몽근씨가 회장이다.
이중 정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68) KCC 명예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에게 "엘리베이터 건은 가족이 공동 대처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인 정 명예회장과 조카 정몽헌 회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정 KCC 명예회장은 특히 형이 일궈낸 '현대' 브랜드 사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가 정몽헌 회장 사망으로 경영권이 '공백사태'에 빠진 현대그룹의 차기 경영권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관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경영권이 위협 받으면 KCC 등이 다시 방어에 나설 것"이라며 "현대를 도울 수 있는 범 계열사는 1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현대家 대들보 현대차는 암중모색
현대차는 "대북사업을 비롯해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해 어떤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몽구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측면 지원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여전하다. 현대차는 계동사옥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고 최근 미국 앨라배마 공장건설에 엘리베이터를 참여시키는 등 '옛정'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는 현대차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서로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차원의 사업을 개발, 외국인 등 주주 설득에 성공한다면 현대그룹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 관계자도 "현대차가 앞으로 필요에 따라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면서도 현대차와의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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