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7.27UN군 총사령관과 북한인민군 총사령관,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등이 판문점에서 3년 동안 끌어오던 한국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정전협정을 체결했다.
1998.11.18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 민간인 관광객을 실은 금강호가 동해항을 출발하면서 역사적인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 사스, 현대아산 정몽헌회장의 자살 등으로 인해 금강산관광이 일시 중단되곤 했지만 경의선연결, 개성공단개발 등 일련의 대북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2003.8.5
경기지역 160여명의 고교생으로 구성된 '임진강뿌리찾기 체험단'이 통일대교를 거쳐 제3땅굴, 도라산역, 승전OP(관측소), 태풍전망대 등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미 및 민간인통제선내 임진강 일대 견학에 나섰다. 한때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돼 오히려 금강산보다 가기 힘들었던 곳. 이제는 안보관광지라는 이름으로 관광코스로 개발, 공개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의 일기장을 살짝 들여다 보았다.
K군의 휴전선 방문일기
오전 6시30분
방학중인데도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에서 깼다. DMZ일대 답사여행을 위해서다. 선생님은 분단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하셨지만 솔직히 그다지 관심이 끌리지 않는다. 그냥 PC방에서 친구들이랑 오락이나 할걸 그랬나.
오전 9시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 군인들의 검문검색이 한창이다. 부대측에 하루 전까지 명단이 통보돼야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원확인작업을 벌이느라 출입이 조금 늦어진단다. 경기 북부지역 학생들을 태우고 온 버스가 막 도착했다.
오전 10시
간단한 확인작업을 거친 뒤 10분가량 차를 달려 제3땅굴(031-954-0303)앞에 도착했다. 1978년 발견된 이 땅굴은 폭 2m, 높이 2m로 시간당 1만 명의 무장병력이 이동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북한 군인들은 멀쩡한 땅을 왜 팠을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땅굴발견을 위해 남측이 뚫은 길이 300m의 땅굴을 따라 설치된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갔다. 헬멧착용은 필수. 땅굴보다 모노레일에 더 재밌는 것 같다.
오전 10시30분 도라산전망대(954-0303)
개성과 직선거리 12㎞. 육안으로도 개성시 변두리와 김일성동상이 보일 정도다. 망원경을 통해 북한의 협동농장인 금암골, 기정동마을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랑 별 차이가 없는 사람인 데 왜 대치하고 살아야 하는 지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왼쪽으로 경의선 철도 공사 작업현장도 보인다. 저 길로 가면 그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을텐데…
오전 11시 도라산역(953-3334)
민통선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700m 떨어진 남측의 최북단 역. 평양까지 205㎞, 서울까지 56㎞거리다. 지난 해 2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이 곳에서 만나는 장면을 TV를 통해 본 것 같다. 서울에서 하루 3차례 왕복열차가 다닌다. 대신 임진강역에서 하차, 출입허가를 받은 뒤 도라산역행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향후 북한으로 가는 철도가 개통되면 이 곳에서 출입국 수속을 밟은 뒤 평양이나 개성으로 가게 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면서 침목에 통일을 기원하는 서명을 했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낮 12시 통일촌 점심(940-8241)
식사시간은 항상 즐겁다. 민통선내 전역군인과 접경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단정착촌인 통일촌에서 점심을 먹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무공해 농산물로 지은 식사를 하니 밥맛이 꿀맛이다.
오후 1시30분 연천군 장남면 승전OP
통일대교를 나와 1번, 37번국도, 324번 지방도로 갈아탄 뒤 비룡부대 승전OP에 도착했다. 도라산전망대와는 달리 군인들이 직접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철책을 따라 난 순찰로를 걸었다. 어쩌면 몇 년 후에 이 자리에 서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오후 3시 1·21 무장공비침투로
1968년 1월 17일 23시 북한군 제 124군 소속 김신조 외 30명이 청와대 폭파 및 요인암살을 위해 침투한 곳이다. 밀랍인형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놓았다.
오후 4시30분 연천군 중면 태풍전망대
휴전선까지 800m, 북한초소까지 1.6㎞떨어진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라고 한다. 멀리 강원도에서 발원, 북한 개성을 거쳐 다시 남한측으로 흐르고 있는 임진강줄기가 보인다. 강물처럼 남북이 마음껏 오갈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올까. 이제야 분단현실이 조금이나마 실감이 난다. 나도 모르게 '우리의소원은 통일'을 흥얼대고 있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사진=류효진기자
안보관광지 여행하려면
안보관광지를 여행하는 것은 일반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휴전선과 인접하거나 민통선내에 위치,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경기북부관광협의회 후원으로 인터내셔날관광여행사(031-952-4556, www.enterpaju.co.kr)가 휴전선일대 관광코스를 개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기차를 타고 오면 도라산역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 버스로 제3땅굴, 도라산전망대, 통일촌마을, 도라산역을 관람할 수 있다. 소요시간 2시간40분. 요금은 8,700원. 임진강에서 도라선역 구간 열차표는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임진각-리디교-1·21침투로-승전OP 철책따라걷기-경순왕릉을 도는 코스도 있다. 1만원. 3시간가량 걸린다. 9월초부터는 황도돛대를 타고 임진강일대를 유람하는 상품도 개발된다. 승선요금 6,000원.
경순왕릉과 1·21 무장공비침투로는 민통선내에 위치하고 있어 군부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일반인도 주민등록증만 제시하면 개별관람이 가능하다.
태풍전망대 역시 자가용을 이용,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를 지나 군부대 초소에서 신분확인을 하고 나면 방문할 수 있다.
현재 이들 코스를 한꺼번에 답사하는 여행상품은 개발돼있지 않다. 비정기적이기는 하지만 경기관광공사(www.kto.co.kr), 경기도 혹은 안보관련 기관에서 주최하는 체험관광에 참가하면 보다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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