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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안기고픈 남자보다 안고싶은 남자가 좋다

입력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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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은 ‘미남 편집증’에 빠져 있다. 미남을 찾기 위한, 혹은 미남이 되기 위한 행위는 그 자체로 미덕이다. 커플 매니저들은 외모가 여성이 찾는 결혼조건 1순위라고 입을 모으고 남성용 화장품과 남성 전용 피부관리실이 성행 중이다. 손톱에 매니큐어 칠하기를 서슴지 않는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모습은 TV와 신문을 도배하며 ‘미남의 시대’에 동참하라고 촉구한다.이 시대, 한국에서 여성들을 열광시키는 세븐, 김래원, 안정환, 원빈 등 네 명의 대표미남을 뽑아 각각의 스타일과 인기 요인을 되짚어 봤다.

넌 나의 포켓몬, 세븐(SE7EN)

18세, 경력 5개월, 키 180㎝, 데뷔 앨범 '저스트 리슨(Just Listen)' 수록곡 '와줘'와 '한번 단한번'으로 스타덤.

투명한 피부, 연분홍 눈꺼풀과 도톰한 입술, 속쌍꺼풀과 귀여운 눈웃음

“어머, 남자 맞아?”

훤칠한 키와 힘찬 브레이크댄스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듣곤 하는 세븐. 데뷔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그가 애니콜, 닉스, 힐리스 등 7개 광고로 1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매력은 무엇일까.

외부의 물리적 공격을 막아내는, 이른바 보디가드로서의 남성 주가는 하락한 지 오래다. 험한 세상을 충분히 홀로 살아나갈 수 있게 된 여성들에게 ‘힘 좋은’ 남자들의 마초 기질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대신 보기에 아름답고 예쁜 소위 ‘꽃미남’ 스타일의 남성이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순정만화에 등장할 것 같은 세븐의 생김새는 2000년대 미남의 키워드 ‘관념적 얼굴’과 딱 맞아 떨어진다. 하늘하늘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비누거품 같은 귀여운 눈웃음을 ‘퐁퐁’ 날리는 그를 보고 많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꺼내 보며 흐뭇해 할 수 있는 ‘포켓 몬스터’ 같은 이미지 때문. 그래서 세븐의 팬 중에는 ‘누나들’과 ‘어머님들’이 유달리 많다.

남자에게 ‘귀엽다’가 모욕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지났다. 남자들은 이제 세대를 초월하는 세븐의 인기를 보며 지금까지 키우던 근육을 좀 줄이는 대신 피부를 맑고 투명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한숨을 쉴지 모른다.

비현실적일 만큼 곱게 빠진 턱선과 귀여움의 상징인 눈 아래 도톰한 살, 게다가 여자를 감동시키는 각종 마술까지 선보이는 세븐은 21세기 도시 여성들의 관념적 ‘포켓몬’이다.

나에게도 반지 키스를! 안정환

27세, 키 177㎝,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 일본 프로축구리그 시미즈 S펄즈

축구선수답지 않은 잘생긴 얼굴, 정열적 삶의 자세,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

안정환이 잘생겼다는 것에 대해 부정할 여성은 거의 없다. 땀에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골이 들어간 순간 쏘아대던 반지 키스를 거부할 여성이 없는 것처럼.

곱상하게 생긴 외모로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라는 닭살스런 카피의 광고를 찍기도 했지만 안정환의 직업은 축구선수다. 또한 한시간 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상대를 위협하는 공격수다. 예쁘장한 외모와 상반되는 그의 공격성은 여성들에게 묘한 카리스마로 다가온다.

인상 연구가들은 안정환의 얼굴이 '남방계' 미남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방계 미남의 특징은 눈, 코, 입이 크면서 인중이 짧다는 것. 안정환은 세븐과 같은 순정만화 스타일은 아니지만 눈과 눈썹 사이가 짧고 이마에서 코밑까지의 길이가 코밑에서 턱선까지의 길이보다 훨씬 길어 유약한 인상을 주는 21세기적 얼굴을 갖고 있다.

안정환이 많은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는 부인에 대한 열정적 사랑이 포함된다. 반지키스에서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문신까지, '21세기적 남방계 미남'이 부인에게 퍼붓는 사랑을 보며 대한민국 여성들은 질투보다는 대리만족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유약해보이는 마스크와 강한 공격력', '처절한 승부욕과 부인에 대한 사랑'과 같이 한 사람 안에 들어있는 상반성과 의외성으로 그는 만인의 미남이 된다.

"밤새 수다 떨고 싶어", 김래원

22세,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영화 '청춘' '하피' 드라마 '어른들은 몰라요' 등 출연. 최근 '옥탑방 고양이'의 경민 역을 맡아 주가 급상승.

서글서글한 인상, 삐딱해보이는 표정

김래원이 1997년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에서 송혜교의 남자친구로 나올 때만 해도 그를 ‘미남’이라고 분류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옥탑방 고양이’의 돌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 김래원은 손꼽히는 이 시대 미남이 됐다. 최근 한 모바일 업체가 1,017명의 네티즌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김래원은 이효리 전지현에 이어 ‘핸드폰 화면에 넣고 싶은 연예인’ 3위를 차지했고, 남자로서는 1등을 차지했다.

그의 얼굴은 ‘일탈된’ 얼굴이다. 콧망울이 크고 턱도 두툼한 서구형 얼굴이지만 깎아 놓은 조각 같은 서구형 ‘미남’의 정형성에서는 벗어나있다. 길에서 김래원을 보고 정우성이나 장동건 같은 미남 중의 미남을 봤을 때와 같은 감동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래원은 이 시대의 미남상이 얼마나 다양한 방향으로 정의되고 있는지, 그리고 거기에 미디어가 갖는 영향력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극단적 케이스다. 네티즌들은 김래원, 혹은 그가 연기한 ‘경민’의 매력을 ‘낙천적 쾌남아’ ‘착한 웃음’ ‘친구 삼고 싶은 성격’ 등으로 정의한다.

세븐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은 미남이라면 김래원은 팥빙수라도 먹으며 몇시간이고 수다를 떨고 싶은 친구 같은 미남이다. 이 시대 연인은 결코 폼만 재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친구로서의 연인을 원하는 20~30대 젊은 여자들에게 김래원은 통통 튀는 센스와 유머감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겁게 해줄 것 같은, 그다지 멀지 않은 미남이다.

비현실적 얼굴, 원빈

27세, 드라마 '광끼' '꼭지' '가을동화' 영화 '킬러들의 수다' '태극기 휘날리며' 출연

비현실적 마스크, 신비한 눈매.

얼굴은 작고 눈, 코, 입만 큰 원빈의 얼굴은 비현실적이다. 수다스런 친구 같은 김래원과 달리 원빈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로 원빈은 쇼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서 ‘말발’을 날리는 다른 연예인과는 달리 인터뷰할 때도 말을 아낀다.

원빈은 세븐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지 않고 안정환처럼 열정을 발산하지도 않는다. 그저 쌍꺼풀진 눈으로 카메라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다. 원빈은 ‘데리고 다니는’ 미남보다는 ‘바라보고 감탄하는’ 미남 쪽에 가깝다.

원빈의 얼굴은 해외시장에서도 먹힌다. 6월 일본 NHK는 한일 공동 제작 드라마 ‘프렌즈’로 알려진 후 드라마 ‘가을동화’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원빈에 대한 4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또한 7월에는 중화권 유력 남성패션지인 ‘맨스우노’가 뽑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남성스타 3인’에 올라 9월호 표지를 장식할 예정이다.

곱상한 얼굴에 약간 우울해보이는 눈망울을 가진 원빈의 이미지는 ‘동화 속 왕자’로 집약된다. 여성들은 그를 동경하지만 쉽게 다가갈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원빈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무표정함을 기대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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