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광복절에 맞추어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됐다. 서울역과 청량리 사이의 7.8km 구간을 땅속으로 연결하는 철도가 개통됨에 따라 서울은 세계에서 지하철을 가진 41번째 도시가 되었다. 종로 아래를 달리는 지하철 1호선 개통에 때맞춰 서울-인천, 서울-수원, 청량리-성북역 사이의 수도권 전철도 완공돼, 적어도 서울·경기 일원에서는 지하철·전철 시대가 열렸다.그러나 지하철 1호선은 그런 상징적 의미에 걸맞은 수송 분담률을 감당하지 못했다. 제2호 순환선이 착공된 1978년까지 지하철의 수송 분담률은 7%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뒤 급속히 진행된 서울지하철공사(公社)의 지하철 공사(工事)는 지상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당분간 그 교통 체증을 심화하는 과정이라 할 만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지하철 공사중'이었다. 그리고 그 지하철 공사가 지상의 운전자들과 승객들을 극도의 짜증과 신경질로 내몰았다. 8개 노선이 운행되는 현재 서울의 지하철 총연장은 287km에 이르고, 서울 시내를 통과하는 국철까지 합치면 335km에 이른다. 도시 규모에 워낙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하철의 도시'로 알려진 파리의 지하철 총연장이 199km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 서울도 지하철의 도시라고 할 만하다. 2000년 이후 지하철의 서울 교통 수송 분담률은 35∼36%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 이어 부산, 대구, 인천에도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지난 2월18일,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은 끔찍하고 어처구니없는 참사의 현장이 되었다. 이 사고의 발생과 처리 과정은 우리 사회의 무사안일과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가신 이들의 명복을 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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