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법률적 근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현행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만 적시돼 있을 뿐 '거부권'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태다.
우선 거부권 행사 불가론자들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이 실질적인 임명권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대법관을 임명하는 행위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제청권이 임명권과 엄연히 다르고 '임명권을 가진다'는 말 자체가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거부권 행사 가능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던 관련 헌법이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수정된 사실을 들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셈"이라는 논지도 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제청된 후보에 대한 임명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장이 임명제청서를 접수시킬 경우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거나 제청서를 받더라도 국회에 동의안을 내지 않는 형식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벌써부터 대법관 공석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절차가 늦어질 경우 자칫 다음달 11일 서성 대법관 퇴임때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중 한명이 없다고 해도 전원재판부 등의 소집에는 별 다른 지장이 없으나 대법관 개인의 업무량이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고 사법기관의 구성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측면에서는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한 질문에는 일절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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