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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기타큐슈의 충격

입력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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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문제로 우리 사회는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비단 핵폐기물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폐기물처리도 큰 문제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는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쓰레기 대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님비현상도 걱정거리지만 인류문명 자체가 쓰레기로 마비될 판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석유문명이 토해내는 쓰레기가 아닌가.나라마다 산업경쟁력을 이야기하지만 21세기에는 쓰레기 해결능력이 또 하나의 경쟁력 분야가 될 것이다. 그래서 유럽연합과 일본에서는 자원순환형 사회를 지향하는 정책개발과 운동에 불이 당겨지고 있다.

8월초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를 방문한 서울대 환경경영포럼 참가자들은 시청 환경국으로부터 넥타이 선물을 하나씩 받아 들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청관계자는 선물을 주면서 "페트병으로 만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페트병 넥타이'는 40년전 세계최악의 오염도시에서 자원 순환형 환경도시로 탈바꿈한 기타큐슈를 대변하는 상징품이다.

기타큐슈는 1901년 일본의 번영을 점화한 야하타제철소가 세워진 곳이다. 일본 4대 공업지대로 발전하여 1960년대에는 중화학 공장 굴뚝에서 나온 오색연기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온 하늘을 뒤덮었다. 또 중금속과 화학약품에 오염된 인근 바다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물로 변했다. 당시에는 이러한 오염을 번영의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곧 오염의 폐해를 알게 된 시민들, 특히 가정 주부들이 앞장서서 환경오염을 조사하고 대책을 요구하였고,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지방정부 산업계가 협력하여 환경문제를 풀어나가는 협력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기타큐슈 르네상스 구상'을 출범시켰다.

기타큐슈가 지향하는 자원순환형 도시 모습은 600만평의 바다매립지에 세운 에코타운에서 잘 드러난다. 바닷바람에 풍력발전이 돌아가고 이를 배경으로 44개의 폐품처리 회사와 연구소등이 입주해 있다. 가동중인 대표적 시설만 보아도 폐 자동차 분해공장, 폐 가전제품 분해공장, 페트병재활용공장, 폐 사무기기 처리시설과 폐 화학약품 처리공장 등이 있다.

기타큐슈 에코타운의 지향점은 '4R사업 구조'를 통한 자원순환형 사회로 요약할 수 있다. 폐기물에서 재사용(reuse)할 수 있는 부품 등을 분해하여 골라내고, 나머지는 제품원료 등으로 재활용(recycle)하게 되며, 아무래도 쓸모 없어진 폐기물은 그 양을 최소화(reduce)하여,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방법으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return)는 순환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국토는 좁고 인구가 조밀하며 산업은 고도로 발달한 일본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길이다. 일본에서 연간 폐기되는 자동차가 500만대라는 사실만 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자원순환형 사회가 안게 될 문제는 비용이다. 폐품을 처리하여 이를 다시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이 비경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은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강제하는 법률을 폐기물 종류별로 제정했고, 그 위에 자원순환형 사회를 지향하는 기본법까지 만들었다. 물론 기술과 자본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인구 100만의 도시가 자원순환형 사회를 구상하고 실현시켜 나가는 것은 인상적인 일이다. 산업화에서 일본의 궤적을 따라온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온갖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건축폐기물은 국토황폐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래사회는 쓰레기처리까지 고려하며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선진국들은 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다른 방안이 없을 듯 싶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논쟁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

김 수 종 수석논설위원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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