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널려 있는 빨랫감, 퀴퀴한 땀냄새, 널부러진 소주병….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란 대체로 부정적인 경우가많다. 가수 이승철(36)씨의 집은 이러한 편견을 단번에 뒤집는 아늑하고 단정한 공간이다.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그의 원룸은 깔끔하다기 보다 사는 이에 대한 배려가
도드라진다. 2년 전 자신이 운영하는 '루이 엔터네인먼트'의 녹음실과 사무실을 겸한 건물을 지으며 3층은 어머니, 4층은 자신이 살기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다.
"마룻바닥은 싫었어요. 너무 흔하니깐. 그래서 흰 타일을 깔고 거기에 맞춰 소파도 은색으로 천갈이한 후 금속 느낌이 나는 가구들을 들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집이 너무 차가워 보이더군요. 그래서 앤틱 스타일 가구와 소품으로 온기를 더했죠."
술병이 놓인 낮은 수납장이나 마른 나뭇가지가 꽂힌 낡은 느낌의 꽃병 등 앤틱풍 가구는 직접 매장을 돌아다니며 골랐다. 금속 느낌과 앤틱을 조화시킨 세련된 감각이나 고급스러운 골동품 가구에 대한 안목 모두 30대 남자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놀랍다.
이씨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공간은 거실이다. 지하 녹음실에서 작업을 마친 친구나 후배들이 부담 없이 올라와 못다한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편안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요? 잠자는 시간 빼고는 거실에서 인터넷으로 게임하고 영화보고 그래요.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없어요. 단, 홍콩영화는 보지 않습니다. 귀가 괴롭거든요." 가수이다 보니 영화를 볼 때도 화면보다 소리와 음악을 먼저 듣게 된다.
공연으로 여념이 없는 요즘에도 그는 지난 5월 문을 연 경기 평택의 음악 클럽 '네버 엔딩 스토리'를 잘 가꾸는데 힘쓰고 있다. 조만간 그랜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2호점도 낼 예정이다. "음반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돼 후배들이 고전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가수들이 설 곳이 많도록 이 클럽을 전국 규모로 확대하고 싶어요."
17년간 쉬지 않고 계속해온 노래는 언제까지 부르고 싶냐고 물었다.
"죽을 때까지 해야죠. 당연하죠. 그럼요!"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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