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의 신임 대법관 추천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이 네 번째 사법파동의 양상을 띠고 있다. 소장파 법관 140여명이 14일 법관 인사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대법원장에게 전함으로써 대법원장의 대응이 초미(焦眉)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9월11일로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후임 인사는 내주 초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해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데,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상황이다.1971년 사법파동을 제외하고 80년대 이후의 파동이 모두 사법개혁을 위한 몸부림이었으며, 특히 이번 일은 88년 파동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국민은 착잡한 마음을 억누르기 어렵다. 세상이 다 변하는데 유독 사법부만 구각(舊殼)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귓가에 오래 맴돈다.
법관 인사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세력은 우리나라 법관인사 시스템이 너무 비민주적이며, 심지어 위헌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상사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 아래서는 소신 있는 판결보다 원만한 인간관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관들은 등산을 갈 때도 서열 순으로 걸어간다는 사회의 평가가 나오게 된 배경에 유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법원조직의 생리와 안정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일시에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어느쪽 주장이 우세한지 가려 대법원장이 제청권 행사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여론조사로 어느 쪽이 다수인지 진실을 확인해 보자는 일부 법관의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 인터넷 연판장 사례에서 보듯, 법관 전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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