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근로자 평균 연령이 날로 늘어나는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강력한 노조 활동에 따른 고용안정으로 기존 근로자들은 나가지 않고, 신규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조선, 철강, 자동차 등 대부분 업종에서 근로자 평균연령이 40대로 높아 가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직 신규 채용은 거의 하지 않거나 대신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추세여서, 고용악화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들어오는 사람있어도 나가는 사람없다
14일 마감된 울산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의 조선부문 원생 모집에는 100명 정원에 600여명이 몰려들었다. 외환위기 전인 1997년만 해도 3D 업종이라는 이유로 경쟁률이 2대1을 밑돌았지만 최근엔 6∼10대1이 보통이고 그나마 원생중 20%만 채용된다. 회사 관계자는 "정년(57세)이 보장되고 높은 임금과 복지후생 제도가 정착돼 취직만 되면 울산에선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릴 수 있다"며 '취업전쟁'의 이유를 설명했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5,970만원인 LG칼텍스정유도 사정이 비슷하다. LG정유는 올해에도 노사가 기본급 6.2% 인상 및 성과급 230% 지급 등에 합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화 비율이 높아 작업 여건이 좋은데다 여수에선 임금을 많이 받는 편에 속해 이직률이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기업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36.5세(남자 38세). 그러나 근로조건과 임금수준이 좋은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분야 대기업 사업장의 평균연령은 이보다 휠씬 높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평균 연령은 43.4세, 포스코는 40.1세, 대우조선해양도 42.1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조건을 내세워 명예퇴직을 유도해도 나가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고령화는 앞으로 가속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는 청년실업의 원인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의 신규 채용은 지난해말 뽑은 600명이 전부다. 현대중공업은 정리해고 등이 비교적 자유로운 비정규직이 1만명을 넘어 전체 인력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산업현장의 고령화는 고용안정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고, 회사에 대한 근로자의 충성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력의 원활한 신진대사가 이뤄지지 않아 기업이 정체하고 젊은이들의 취업기회가 봉쇄돼 청년실업이 심화하는 등 부작용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상호 연구원은 "고령·고임금 인력이 많으면 회사측으로서는 신규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고용시장이 경직되면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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