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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사법권 독립" 명분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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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사법권 독립" 명분싸움

입력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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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선 파문이 급기야 사법 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이 경우 사법개혁과 사법권 독립이라는 두개의 명분을 놓고 양측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헌법 해석에 따라 가부가 갈리지만 취임 초부터 사법 개혁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해 온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충격요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강금실 법무장관이 12일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도중 퇴장하고 위원직을 사퇴한 일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도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다. 순전히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노 대통령 또는 그 동안 사법개혁을 주장해 온 법조계 안팎의 인사들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번 대법관 인선 파문이 미리 기획이 됐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사법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현직 대법관 14명 중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은 13명이나 된다. 최종영 대법원장의 임기는 2005년 9월까지이고, 2005년 10월에 대법관 3명이, 2006년 7월에 6명이 한꺼번에 교체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임기 중 대법관 구성이 완전히 물갈이 될 수 있다. 이번 대법관 인사는 그 시금석인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할 경우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또 다른 논란이 제기될 것이 분명해 대통령으로서 이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치적 파장이 취임 초에 있었던 검찰 인사파문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클 것이란 전망이다. 보수 성향의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14일 성명을 통해 "대법원장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회와 대통령의 동의와 임명을 받아 궁극적으로 국민의 의사에 터잡은 직책"이라며 "따라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권한은 국민이 맡긴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분담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파문이 날로 커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한 표정이다.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의 운영방식이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일자 개선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당장 이번 결과를 돌이킬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 더구나 공개되지 말아야 할 후보 3명이 공개된 마당에 제3의 후보를 제청하라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도 후보 3명의 공개로 인해 이미 "물 건너갔다"는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선택의 폭은 매우 좁아 보인다. 결국 이번에는 애초 방침대로 가되 다음 번에는 폭 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된 인사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식으로 파문의 진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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