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13 총선 직전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사석에서 "총선 때 많은 사람들을 도와줬다"고 말해 200억원 사용처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지난해 3월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 5∼6명과 함께 권씨를 만난 한 인사는 14일 당시 권씨가 "선거 때 내가 정말 도와준 사람들이 많다"며 "K씨는 나한테 '형님 살려주쇼'했고, J씨는 안나간다는 걸 '내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나가게 만들었는데, 돈도 주고 다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씨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당시 내가 지역별로 안배를 했다"며 의원 이름 8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권씨는 당시 김근태 의원이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고백한 것에 대해 "맞다. 2,000만원 줬다"고 시인했다. 민주당 P의원에 대해서는 "이번에 도와달라며, 내 앞에서 담배를 두 대나 피웠다"며 "지난 최고위원 경선 때 정말 많이 도와줬다"고 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대통령 후보에 대해 권씨는 "갤럽 조사를 보니 이회창씨와 이인제씨가 (지지율에서) 6%포인트 차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꾸 질 거라는데 나는 자신있다. 기다려보면 이인제가 뜰거야"라며 이 의원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자리 말미에 "예로부터 나는 돈을 가려 받았다"고 운을 뗀 그는 "받으면 다 대통령과 당에 전달했고, 용공혐의가 있는 사람들의 돈은 절대 안받았고, 또 부탁을 들어준 뒤 그 사람이 주는 돈은 절대 안받는 원칙이 있다"며 나름의 원칙을 말했다.
권씨는 1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전 기자들이 4·13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 20여명에게 돈을 줬는지를 묻자 "말할 수 없다. 총선때니까…"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