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 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된다. 18일 대법관 임명 제청이 이뤄지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반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대법관 임명 제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마지막 판단을 미루고 있다. 또 법조계나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사법부 내 소장 판사의 움직임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청와대가 제청 반려라는 초강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번 대법관 추천 내용이 사법부 개혁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 대법원장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나 입장과 상관없이 따로 가고 있다""대법원장의 결정은 청와대 분위기와 다르다""이번 사태는 보수적인 대법원과 개혁적인 재야 법조계가 정면 충돌한 것인데 개혁적으로 가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뜻은 다 알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문재인 민정수석도 지난 6월 "대법원의 경우 국민들에게 원로원처럼 비쳐지는 경향이 있어 구성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시대 흐름이나 변화를 판례를 통해 담아 낼 수 있고 국민 전체의 법 감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법관 인선이 연공 서열에 의해 결정돼서는 대법원 판례의 지나친 보수화를 막을 수 없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문 수석은 그러나 14일에는 제청을 반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윤태영 대변인도 "제청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법부 내부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실제로 반려가 이뤄졌을 경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를 가늠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법관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는 하나 3권 분립 하에서 대법원장의 결정을 대통령이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지에 대한 논란도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사법부 개혁 필요성과는 별도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청와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내에서 의견의 일치가 이뤄질 지도 눈 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고건 총리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정과제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대법관 인선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이어 "다음에 대법관 임기가 끝나는 때가 언제인가"라고 반문, 이번 인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종적으로는 노 대통령의 결심이 중요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으로서도 각료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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