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8월14일 영국 소설가 존 골즈워디가 태어났다. 1933년 몰(沒). 골즈워디는 193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포사이트 연대기'를 꼽았다. '포사이트 연대기'는 1906년부터 20여년에 걸쳐 골즈워디가 발표한 장편 여섯, 단편 넷을 뭉뚱그려 가리킨다. 이 연작은 탐욕스러운 부르주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물질만능주의에 침윤된 당대 영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렸다.골즈워디는 국제 펜클럽의 초대 회장이기도 했다. 1921년 런던에서 발족한 이 단체의 공식 명칭은 국제 시인·극작가·편집자·수필가·소설가 협회다. 물론 '펜'이라는 약칭은 그것이 문필가들의 필수품인 펜과 맞아떨어지기도 해 채택됐을 것이다. 집필과 펜 사이의 연결이 매우 느슨해진 21세기에 이 단체가 생겼다면 이름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1954년에 국제 펜클럽에 가입했고, 한국 본부 주최로 1970년의 제37회 세계 대회와 1988년의 제55회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바 있다. 그러나 한국 본부를 주도한 사람들이 대체로 보수적 문인들이어서 서울에서 열린 펜 대회조차 한국의 투옥 문인들에게 눈길을 거의 주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펜은 칼보다 힘세다는 격언이 있다. 완전히 그른 말은 아닐지 모른다. 에밀 졸라의 펜은 드레퓌스의 누명을 벗기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언론학자 강준만씨가 '부드러운 파시즘'이라고 부르는 보수주의 체제는 그 큰 부분을 과점 언론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진실은 대체로 그 반대다. 펜이 칼보다 힘이 센 듯 보이는 경우에도, 지금 한국 사회의 비대 신문에서 보듯, 그 펜의 진짜 모습은 돈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격언을 바꾸자. 돈은 칼보다 힘세다. 돈이 세든 칼이 세든, 슬픈 일이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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