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학의 높은 수준을 미국에서 꼭 보여주겠습니다."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박사'가 미국 대학의 정식 교수로 채용돼 화제다.
서울대 경영대는 13일 이 학교 출신 박형진(37·사진) 박사가 올 가을 학기부터 미국 테네시주 마틴에 있는 테네시대(University of Tennessee at Martin)의 부교수로 임용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박사가 외국 대학의 교수로 채용된 경우는 공학분야에서는 다소 있었으나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경영학의 본고장인 미국 대학의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는 사실이 높이 평가 받는다.
박오수(51)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해외 박사들도 국내에서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 박사가 미국에서 교수로 채용된 것은 그만큼 국내 경영학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 박사출신 인재배출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1999년 서울대에서 임종원(57) 교수의 지도로 '기술상품의 혁신성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3년간 '포스트닥'(박사 이후 연구과정)으로 연구활동을 해 왔다.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만큼 외국어 공부에도 힘써 왔다"는 박씨는 "포스트닥 과정을 밟으면서 수많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이미 원어강의 능력은 인정 받았다"며 "앞으로 연구와 강의에 힘써 6년 후에 있을 예정인 종신교수 심사도 당당히 통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씨는 또 "무조건 외국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야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내 학문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국내에서 배운 지식을 선진 외국에서 당당히 펼쳐 보여야 한다"고 우리 나라의 '외국박사 만능주의' 현상도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테네시대에서 최종 채용결정을 통보 받은 박씨는 다음 주부터 MBA 과정인 '마케팅 전략'과 학부생 대상의 '마케팅 리서치' 등 2과목을 강의할 예정이다.
/정원수기자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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