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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변화 요구를 물리친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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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변화 요구를 물리친 사법부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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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대법관 선정을 위한 대법원 자문위원회 일부 위원이 회의 중 퇴장하고, 법관인사 개혁을 주장해온 법관들이 인터넷 연판장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우리 사법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의사소통 경로의 경직성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법관인사 제도 개선을 위해 널리 의견을 구하겠다고 새로 만든 자문위원회의 일방통행 운영에 대한 반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각종 정부 자문위원회의 형식성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대법관 인사는 대법원장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는데, 12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회의는 9월로 임기가 끝나는 대법관 한 사람의 후임 선정을 위해 대법원이 3배수로 추천한 후보들에 대한 적격 여부에 대한 토론의 장이었다. 그런데 회의 중 박재승 위원(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강금실 위원(법무부 장관)이 의견수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퇴장하고 위원직을 사퇴한 초유의 파동이 일어났다.

박 회장과 강 장관의 '반란'은 변협과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후보들이 모두 제외되고 대법원이 추천한 현직 법관 3명이 후보로 오른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이해된다. 대법관 후보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를 합리화하는 들러리 역할을 할 수는 없다는 강한 의지도 엿보인다. 이런 마당에 법원인사의 개혁을 요구해온 부장판사가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내고, 많은 법관들이 동조하고 나서 사법파동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금 법원 안팎에는 법관인사의 묵은 틀을 깨자는 요구가 봇물처럼 흘러 넘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개혁성향의 인물도 한두 사람 포함시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대법관 진용을 갖추자는 사회적 요구가 묵살된 데 대한 반발이다. 사법부가 언제까지 변화에 대한 요구를 거부할 것인지도 큰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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