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2일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을 밀반입하려 한 영국인 1명을 뉴저지주 뉴왁에서 체포했다.인도 태생인 이 남자는 테러조직 알 카에다 요원으로 위장하고 함정 수사를 하고 있는 FBI 요원에게 러시아제 견착식 SA―18 미사일과 발사기를 팔려다 붙잡혔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미사일 밀수 기도 사건이 민간 항공기나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격추하려는 음모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FBI는 일단 이 용의자가 테러단체 요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BI 관계자는 "그는 돈을 위해 이 일에 관여했다"며 "구매자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에 관계없이 그와 거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FBI는 이 용의자에게 약속한 대금을 해외로 송금해 준 2명도 11일 뉴욕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다.
문제의 미사일은 미국제 스팅어 미사일처럼 항공기의 열을 적외선으로 감지해 추적하는 일명 '이그라' 미사일로, 지난해 케냐에서 테러범들이 이스라엘 여객기를 향해 발사했던 것과 같은 종류다.
용의자 체포는 몇 달에 걸쳐 진행된 미국, 영국, 러시아 정부간 공조 수사의 결과였다.
FBI는 영국과 뉴왁을 자주 오가는 무기거래상이 러시아제 무기를 살 고객을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영국 측으로부터 입수한 뒤 다량 구매를 위한 시험적 거래를 제안했고, 이 무기상은 러시아 내 무기 밀매 조직에 접근했다. 이 무렵 러시아 측도 이 정보를 자체 입수, 미측에 통보했다. 이후 러시아 측은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을 밀매 조직원으로 위장해 미사일의 미국 수송을 알선하는 등 미국 측 수사에 적극 협력했다.
테러범에 의한 실제 범행은 아니었지만 이번 사건은 항공기 격추용 견착식 미사일이 언제든지 알 카에다 등 테러조직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함으로써 미국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은 미사일 위협의 심각성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의 대응 부재를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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