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가수인 문희준을 비방하고 희화화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 70명을 무더기 고소해 온라인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연예인 비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진단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문희준 사건은 기존의 안티 팬클럽 문화와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말한다. 문희준의 안티 운동에 인격모독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연예프로그램이 스타 모시기에 급급하고 연예인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확산되는 인터넷의 반 연예인 기류
'여자 연예인들의 망언 모음', '병역면제 연예인들과 면제 사유'…. 다음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연예인?! 이제 그들을 말한다'(연이말)에는 연예인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넘친다. 간단한 영어 단어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방송에서 막말을 해대는 여자 연예인의 사례와 남자 연예인의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사유 등에 대한 글은 주류 연예인의 자질에 대한 '연이말' 회원들의 냉소적 시각을 보여준다.
안티의 고급화를 추구하며 2001년 결성된 '연이말'은 현재 회원수가 6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대형 카페로 발전했다. 회원들은 연예인의 사건·사고, 부적절한 언행, 스캔들 등을 감시하는 요원을 뽑고, 그 달에 가장 많은 논란을 빚은 연예인을 비판하는 매체인 '연이말일보'를 만들어 띄우기도 한다. 현재 '연이말'은 안티 연예인 카페인 '엽기 혹은 진실'과 함께 다음 카페 랭킹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네티즌의 참여가 활발하다. 이 사이트에서는 '연예인 모시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매니저 등 연예 관계자들이 비밀스런 내부 얘기를 풀어 놓기도 한다.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며 거짓 사실을 유포하는 안티 팬클럽이 아니라, '연예 문화 전반'을 비판하는 게시판이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 마이클럽의 '종알종알 연예게시판' '디씨인사이드' 등도 발 빠른 연예가 소식과 함께 연예인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조롱을 전한다. 연예인을 소재로 한 엽기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등장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오인용이 만든 '연예인 지옥' 시리즈는 '무뇌중' '스티붕유' 등 연예인을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군대에 가서 겪는 일을 묘사해 조롱하고 있다.
'디씨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책임 있는 언론 매체가 자질 없는 연예인을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연예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팬들이 직접 나서서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는 것. 대중문화평론가 김동식씨는 "문희준 사건은 한 개인에 대한 공격이라기보다 음악성이 부족해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는 '붕어족'을 양산하는 대중문화산업과 방송사에 대한 조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블 TV에도 반 연예인 기류
인터넷에서의 반 연예인 정서는 케이블 TV에도 상륙했다. EtN이 매주 일요일 밤 11시 방송하는 '쏜데이 서울'은 연예가 화제를 소개하면서 문제 있는 연예인을 실명으로 비판한다. 아직 표현이 거칠고 속어도 남발하지만 연예인에 대해 마음껏 쓴 소리를 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김구라, 황봉알, 노숙자 등 인터넷방송 출신 'B급 연예인' 3명이 진행하는 '쏜데이 서울'은 연예인 띄워주기 일색인 지상파 방송의 연예가 소식 프로그램의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 연예인의 부적절한 언행부터 대형 연예기획사의 횡포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지상파 방송이 눈감아 온 부분을 속시원히 까발린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집단 탈퇴해 SBS로 옮긴 개그맨들, 여자 연예인의 누드화보집 발간 열풍, 음주운전 등이 그 동안 도마에 올랐다. 송상엽 PD는 "지상파에서 방송하지 못하는 연예계의 어두운 부분을 꼬집어서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조금이나마 긁어주자는 것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말했다.
안티 팬클럽의 숫자가 역으로 연예인 인기의 바로미터이듯, 연예인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는 것 역시 그들이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화 권력이 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최근의 '반(反)연예인' '반(反)대중문화' 추세 역시 넓게는 '팬덤'의 한 양식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출연 영화나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반짝 출연하는 연예인에게 구걸하듯 카메라를 갖다 대고, 연예 정보랍시고 곧 방영될 CF 촬영 현장이나 보여주는 식의 연예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 것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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