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한국 증시의 최고 화두는 외국인이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됐던 4월까지만 해도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들은 5월부터 매수로 돌아섰고 국내 투자가들의 외면에도 아랑곳 않고 8월까지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를 달구고 있다.외국인 비중 사상최고
올들어 8월11일 현재 외국인들은 거래소 상장 주식의 15.0%를 갖고 있으며 시가총액으로는 37.1%를 보유,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1주라도 주식을 보유한 종목수는 587개로 2001년과 별 차이가 없지만 삼성전자 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증시 영향력을 나타내는 시가총액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실적이 절대적 잣대
외국인들이 주식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단연 '실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실적이 좋은 '알짜주'라면 관리종목이든 저가주든 가리지 않는다. 올 4월 동국제강이 공시위반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됐을 때도 외국인은 1주일 만에 20%나 사들였다. 주가가 1,500원 미만인 영원무역의 외국인 지분율도 25%나 된다.
외국인들은 '복마전'이라고 혹평하는 코스닥에서도 수익성 좋은 종목은 무서울 정도로 사들인다. 특히 실적이 나빴다가 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이 좋아진 '턴 어라운드'(Turn-around) 기업을 선호한다. 대우조선해양이나 LG산전, 한진해운의 주가와 외국인 지분율이 이를 말해준다.
M&A 테마 부상
실적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인수합병(M&A) 테마다. 대신증권이 13일 올 들어 8월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수량 기준)을 분석한 결과 M&A를 재료로 한 종목이 6종목이었고 나머지 4종목은 실적 호전이 뒷받침된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한 한미은행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삼성그룹 지분 9.76%를 매입한 후 M&A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85.14%로 높아졌다. 극동건설, LG카드, 우리금융, 부산은행, SK(주)도 M&A를 재료로 나란히 외국인 순매수 순위 3∼7위에 올랐다.
'될성부른' 종목 찾기
언제든지 주식을 현금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안전한'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 외에도 외국인들이 '입질'하는 종목이 상당히 광범위해졌다. 대우증권 김평진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가 8월 들어 주춤해지고 잠시 투자를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될성부른' 종목을 열심히 발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8월 들어 외국인 매수가 크게 증가한 대우건설과 현대중공업 부산은행 한화석화 LG전선 SKC 한화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