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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값진 희망을 얻었어요" /청각장애인 충주성심학교 봉황대기 고교야구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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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값진 희망을 얻었어요" /청각장애인 충주성심학교 봉황대기 고교야구 데뷔전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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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가 주최하는 제33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2회전이 열린 13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야구장에서는 지난 해 9월 창단된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야구부 충주성심학교가 성남서고를 상대로 첫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거대한 폭발음 수준인 100db 이상의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에게 야구는 철저하게 '몸짓의 스포츠'였다. 이들에게는 장내 아나운서의 음성도,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타구음도 들리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구질, 수비위치, 주류작전은 전부 감독과 코치를 통해 수화로 전달됐고, 선수들의 눈은 오로지 공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들이 이닝이 바뀔 때마다 수신호로 파이팅을 외치고, 대기석에서 방망이를 매섭게 휘두르며, 볼을 치고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아마추어 야구를 보는 것 같다"며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예선전 없이 전국무대에 설 수 있는 유일한 야구대회인 봉황대기를 위해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이 1년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은 녹록지 않았다. 중학교 팀들과 15차례 정도 연습 경기를 했고, 지난 달엔 군산으로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관중 있는 야구장에 서 보는 것이 처음이라 승리보다는 1득점이 목표"라고 쑥스럽게 말하던 선수들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힘든 야구가 싫다"며 3,4개월 동안 운동복을 벗었다 최근에야 어렵게 팀에 합류한 편수현은 1회 2번타자로 나와 첫 안타를 뽑아냈고, 청각장애를 딛고 메이저리거가 된 커티스 프라이드처럼 프로야구 선수가 꿈인 4번타자 장왕근은 4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 처음으로 홈을 밟았다. 주장이자 선발 투수였던 서승덕군의 아버지 서동기(48)씨는 "장애 탓에 다른 아이들보다 그늘져 보였던 아들이 야구를 하면서 새 사람이 됐다"며 흐뭇해 했다.

김인태 감독은 "첫 발을 내디뎠다"면서 "꾸준히 연습해 정상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큰 포부를 밝혔다. 비록 1―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하긴 했지만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1시간50분 동안 '장애인은 단지 정상인보다 불편한 사람일 뿐'이라는 교훈을 관중에게 선사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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