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관광자원이란 반드시 경치가 뛰어난 곳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들의 귀와 눈을 붙잡아둘 만한 재료를 제공한다면 무엇이든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이다. 그렇게 본다면 비무장지대(DMZ)야말로 우리가 개발해야 할 관광자원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가까이에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DMZ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한국의 DMZ와 성격이 유사한 관광지로 독일 베를린 장벽이 거론된다. 베를린 장벽은 이념 대립의 상징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갖고 있다. 그런데 베를린 장벽이 볼거리가 많은가를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DMZ가 한 수 위다.
화강암반 지하 300m를 궤도차를 타고 내려가 나머지 135m미터를 걷게 돼 있는 제3땅굴을 둘러보면 콤프레샤 작업 흔적, 화약 장전 구멍들을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다. 제3 땅굴을 나서면 도라 전망대이다. 이 곳에선 철조망을 넘어 북측이 한 눈에 보인다. 전망대를 내려 오면 도라산역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이 곳을 찾아 침목에 '이 철길이 한국 가족을 만나게 하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전망대 옆에는 판문점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DMZ에는 인공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니를 비롯한 희귀 조류가 서식하고 있고 이를 보기위해 세계 조류학자들이 찾고있다.
그렇다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그토록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결국 관광지란 개발하기 나름이고 알리기 나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계 유일의 이념 대립 현장'인 DMZ의 관광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DMZ는 한국의 유산만이 아니다. 유엔이 나서서 보존할 것을 고려중인 인류 문화 자원인 것이다. 그 가치를 다듬고 가꾸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우리 것을 알려서 보도록 하고 체험토록 하는데 우리가 앞장 서야 한다.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DMZ 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어떨까.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것을 찾아 떠나자. 한반도 안보 문제가 연일 보도되는 시점에서 자녀들과 배낭 메고 그 현장으로 떠나는 게 그들에게 몇 권의 책보다 더 진한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춘 규 한국관광공사 북한관광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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