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오생근(57·사진)씨의 네번째 평론집 '문학의 숲에서 느리게 걷기'(문학과지성사 발행)는 느리게 살아가기를 권유한다. 그가 보기에 문학은 자동차와 패스트푸드와 이메일의 맞은편에 놓여 있다. 문학은 살아온 삶이라는 시간성을 한 기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글은 사람이 산 만큼 나오게 돼 있다는 그의 신념은 "작가란 느리게 걸어가면서 도시의 허위 속에서 매몰된 숲의 진실을 보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최하림 김혜순 김기택 유하 나희덕 장석남 이윤학씨 등의 시에서 따뜻한 모성적 상상력과 틈새를 관찰하는 세밀한 시선을 찾아낸다.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의 감정, 고통과 폐허의 삶을 견디는 의지를 발견한다. "대중의 저속한 취미와 시장의 논리가 문학의 영역으로 침범해" 폭력을 가하는 이 속도의 세계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외롭고 무력한 반란"처럼 보인다.
문학하는 사람은 숨가쁘게 달려가는 현대인의 한참 뒤에서 느리게 걸어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자동차를 타고 빨리 가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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