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제약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장모씨(37)는 최근 3,00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 국산 대형 세단이나 레저용 차량(SUV)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차종을 고르다, 이 가격대에 수입차가 의외로 많은 것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장씨는 "지금까지 수입차는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수입차 구매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수입차 전시장을 돌면서 알아보니 생각보다 저렴하고 괜찮은 모델이 많아 수입차도 구매 고려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3,000만원대 국산·수입 경쟁치열
얼마전까지도 국산차와 수입차는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입차 업체가 2,000만∼3,000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차량을 속속 선보이고 기존 수입 모델의 옵션을 다양화해 가격선택폭을 넓히고 있는 반면 국산차의 경우 첨단 편의장치와 큰 배기량,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고가의 최고급형 모델을 선보이면서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의 가격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현대 에쿠스 리무진 최고급형인 VL450의 경우 가격이 7,949만원으로 웬만한 수입차 가격을 능가한다. 현대 뉴 그랜저 XG의 최고급형은 3,249만원으로 같은 3,000㏄급인 포드 토러스 디럭스(3,650만원)와 가격차는 411만원이다. 2,000㏄급 현대 뉴 그랜저 XG S20 고급형(2,518만원)의 경우 포드 몬데오 디럭스(2,850만원)와 332만원의 가격차를 보인다. 폭스바겐 골프 스탠다드형(2,710만원)과 비교해 보면 가격차는 200만원 이하로 떨어진다.
SUV차량에서 쌍용 렉스턴 최고급형은 4,114만원으로 포드 이스케이프 3.0XLT (4,150만원)와 가격차이(36만원)가 거의 없다. 여기에 혼다, 닛산, 푸조 등 중·소형차에 강점을 지닌 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하면서 2,000만원대 수입차가 크게 늘어나 중형 승용차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입차, PPL·경품 마케팅 활발
국산차와 수입차간 시장 경계가 무너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사분규의 몸살을 앓는 사이 수입차업계는 드라마 제품 간접광고(PPL)나 다양한 판매 이벤트를 통해 꾸준히 '수입차는 고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인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 그랜드체로키와 세블링 컨버터블을 출연시키시는 등 활발한 PPL을 통해 7월 판매량을 전월에 비해 71.8%나 늘렸다.
포드코리아는 지난달 총 22명에게 포드 몬데오, 토러스, 이스케이프, 익스플로러 등을 3박 4일간 지원했고, 폭스바겐의 공식 수입 법인인 고진모터임포트는 고객들에게는 보라2.0(Bora2.0, 미국명 제타/Jetta) 1박 2일 무료 시승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다. 고가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도 5월말부터 7월9일까지 전국의 롯데백화점을 순회하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벤츠 C클래스, CLK등 모델의 시승행사를 펼쳐 관심을 모았다.
그 동안 수입차의 취약점이던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망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BMW코리아는 올해말까지 현재 34개의 전시장을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볼보코리아는 서울과 지방에 4개 이상,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수원·인천 등 수도권지역에 전시장을 추가로 개설키로 했다. 하반기에만 20여종의 새 차가 쏟아져 나오는 등 신차 출시도 국내차를 압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며 "향후 국산차·수입차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이사는 이에 대해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점차 늘어나겠지만, 중형급의 경우 국산차가 이미 세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대형차도 '가격 대비 성능'(value per price)이라는 면에서 여전히 국산차가 경쟁력이 높아 수입차 성장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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