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측이 12일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게 현대의 총선자금 100억원 조성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혀 권 전 고문의 현대 비자금 수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관련기사 A2·3·4·5면권 전 고문의 측근인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권 전 고문이 2000년 4·13 총선 직전 김영완씨로부터 현대가 선거자금으로 준비한 100억원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권 전 고문은 '알았다고' 말한 뒤 김 전 대통령을 뵈었으나 DJ가 '딴 데서 빌리더라도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지시해 개인적으로 10억원만을 빌렸다"고 말했다.
권 전 고문측이 현대 비자금 돈 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완씨와의 돈 거래를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또 이 의원의 언급은 김 전 대통령이 16대 총선 당시 현대 비자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그런 보고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당직자들에게 투명한 재정운영을 당부했을 뿐 구체적 사안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도 "권 전 고문의 변호사가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말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그 후 변호사가 권 전 고문을 접견한 결과 (DJ에게 보고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언을 번복했다. 권 전 고문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석형(李錫炯)변호사는 "조서를 확인해 보니 DJ가 2003년 3월 초 민주당 주요 당직자에게 '부정한 돈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게 와전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총선에서 한도 원도 없이 돈을 써봤다'고 실토한 것은 권 전 고문의 비자금 수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관련 여부에 대한 규명을 요구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힘들게 대북사업을 벌여 온 현대가 정치자금을 만들어 여권에 준 것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이 북핵 위기를 부른 것은 물론, 현대를 못쓰게 만들고 정몽헌(鄭夢憲) 회장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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