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임 대법관을 선정하기 위한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가 12일 오후 대법원 6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렸으나 자문위원중 한 명인 박재승(朴在承·사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후보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반발, 회의 도중 퇴장하는 사태가 빚어졌다.대한변협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 자문위 회의에 참석, 대법원측이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추천한 신임 대법관 후보 3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자문위원들이 후보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펴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인 줄 알고 왔으나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의견 수렴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그런데도 자문위 회의가 추천 후보에 대해 지지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된 데다 개혁성향이 부족하다고 판단, 박 회장은 회의 도중인 오후 5시께 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퇴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측은 "박 회장은 퇴장할 때 '예정된 행사가 있어 먼저 나간다'고 밝혔으며, 회의실을 나가기 전까지 후보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했다"며 "박 회장은 나중에 팩스로 자문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문위는 윤관(尹뻄) 전 대법원장의 주재로 열렸으며 박 회장을 비롯 이강국(李康國) 대법원 법원행정처장, 조무제(趙武濟) 선임 대법관,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 송상현(宋相現)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 위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자문위의 견해는 이날 늦게 최 대법원장에게 전달됐다. 이날 회의 도중 강 장관도 고건(高建) 총리의 긴급 호출을 받고 퇴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대법원장은 이날 자문위에 신임 대법관 후보로 이근웅(李根雄·사시 10회) 대전고법원장, 김용담(金龍潭·사시 11회) 광주고법원장, 김동건(金東建·사시 11회) 서울지법원장 등 3명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후보로 재조 인사들만 추천, 기존 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그동안 사법 개혁을 요구하며 재야 법조인과 여성판사 등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해온 시민·사회단체 및 전국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 대법원장은 자문위 의견을 수렴, 3명중 한 명을 대법관 후보자로 최종 선정해 다음주 초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며,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에 의해 정식 임명된다. 현 서성(徐晟) 대법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11일 퇴임한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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