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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파장 어디까지/신당창당에 직접 영향 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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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파장 어디까지/신당창당에 직접 영향 줄듯

입력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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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현대 비자금을 받았다는 권노갑 전민주당 고문 체포는 정치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돈의 규모도 그렇지만, 당시 여당의 최고 실세가 경영난에 직면해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된 현대의 비자금을 수수했다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가장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것은 여권의 신당창당 작업이다. 권 고문은 민주당 구주류의 상징적 인물인데다 문제의 돈이 2000년 총선 무렵 당에 유입됐다면 당시 사무총장과 특보단장, 기조실장을 맡아 당의 중추를 이루고 있던 동교동계 구주류 중진의 연루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신당의 방향과 인적 구성 등을 놓고 신주류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구주류의 입지를 크게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구주류측에서 이번 수사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동교동계 관계자는 12일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고 모든 것이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권 전고문이 체포된 데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주류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구주류는 권 전고문이 받은 비자금의 주요 귀착지로 당내 386세대, 수도권 개혁파 의원들을 지목하고 있다. 만약 권 전고문이 검찰에서 수수 리스트를 공개한다면 비록 공소시효(3년)는 지났지만, 도덕성을 최대 무기로 삼아온 이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는 "권 전고문이 이 정권에 대해 갖고 있던 섭섭함에 비추어 신주류 인사를 중심으로 선별 공개할 지 모른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신주류 의원들은 이날 신당추진 모임에서 입이라도 맞춘 듯 "좀 더 두고 보자"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번 일이 "민주당 간판으론 안 된다"는 인식을 더욱 굳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신주류 보다는 구주류측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청와대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차후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000년 부산 출마 때 한도 없이 돈을 써 봤다"고 말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은 이미 야당의 표적이 돼 있고, 권 전고문의 검찰진술 내용도 변수다. 파문이 계속 확산될 경우 노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에 정치자금법 개정을 포함한 정치개혁 드라이브로 국면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역시 분노한 여론의 압력에 의해 16대 총선자금 전반에까지 수사가 확대되면 유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권 전고문 체포를 두고 "정치권이 폭발력이 엄청난 지뢰를 밟았다"는 비유가 나오는 것도 이런 개연성 때문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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