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제주에서 해녀들을 규합해 항일운동을 주도했던 90대 할머니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돼 광복절을 맞아 건국포장을 받는다.당시 항일운동에 참여한 해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한 김옥련(93·사진·부산 영도구 대교동) 할머니가 주인공.
김 할머니가 항일운동을 시작한 것은 19살이던 1926년.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 출신으로 하도리 해녀 소녀회장을 맡고 있던 김 할머니는 30년 말부터 일제가 부당하게 입어료를 물리는 등 해녀들을 수탈하자 당시 하도리 해녀회장을 맡고 있던 고 부춘화(95년 사망)씨와 함께 일제에 항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32년 1월 하도리 성산 등지에서 일제의 수탈정책을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한데 이어 일본 경찰이 해녀 항일투쟁 사건에 연루된 해녀들을 검거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세화주재소를 습격, 무장 경찰대와 맞서는 등 격렬한 항일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은 해녀들의 항일운동이 제주 전역으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
김 할머니는 해녀 항일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목포경찰서에서 6개월간 혹독한 고문을 당한뒤 같은해 11월에 기소유예처분을 받고 석방됐다.
거동이 어려워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김 할머니는 "아직도 일제의 만행을 규탄했던 동료의 생생한 함성이 들린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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