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미 관계를 역사적 맥락을 더듬어 가며 살피는 책들이 부쩍 많아졌다. 한국인의 대미관 변화나 미국의 제국주의 성격을 특집으로 다룬 계간지가 수두룩하고 정책 제언이나 시사 진단 형태의 약식 단행본·팸플릿은 셀 수 없을 정도다.단행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가 정년 퇴임 이후 내고 있는 일련의 한미관계사 저서와 해방 이후 미 군정기를 다룬 정용욱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의 책들이다. 특히 정 교수는 지난해 8월까지 1년 여의 미 국립문서관 자료를 조사한 결과를 올해 '미 군정기 자료 연구' '존 하지와 미군 점령통치 3년'으로 낸 데 이어 또 새 책을 준비하고 있다.
김 명예교수의 책은 19세기 말 한미 수교와 이후의 한미 관계에 집중돼 있다. 1999년에 낸 '한미수교사'는 1882년 조선이 서구 열강 중 처음으로 미국과 수교한 뒤 공식사절단으로 파견한 '조선보빙사(朝鮮報聘使)'의 활동을 조명한 책이다. 미국 내 산재한 자료를 수집한 공이 돋보인다. 또 지난해 '한미 외교 관계 100년사'로 한미 관계사 전체를 조망한 데 이어 올해 '개화기 한미 교섭관계사'를 통해 대미 수교 전후 조선의 상황을 살폈다.
정 교수가 내고 있는 일련의 책은 미국이 우리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군정기를 발굴 자료에 근거해 깊이 있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군정기 자료 연구'에서는 하지 장군 문서철, 미소공동위원회 문서철 등의 목록을 제시한 자료 정리 노력이 눈에 띈다. '존 하지와 미군 점령통치 3년'은 하지와 맥아더를 비교 분석, 미국이 한국 내 극우파와 결탁한 배경을 밝히고 있다. 곧 서울대 출판부에서 나올 '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연구'에서는 미 군정기에 검토된 다양한 한국 정부 수립 구상을 통해 미국이 대한 정책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었는가 살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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