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덥지는 않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더워 보이거든요."노무현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민정수석은 갑자기 양복 상의를 벗고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평소 문 수석은 회의에서 먼저 나서는 일이 없어 참석자들은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그가 '신상 발언'을 하는 게 아닌가 긴장한 참석자도 있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그러니까, 벗으란 말이죠"라고 재차 확인을 했고, 문 수석은 "복장이 너무 엄격한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어떻습니까"라며 참석자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허를 찔린 다른 수석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벗을 사람은 벗고 벗지 않을 사람은 벗지 말고…"라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제안은 엉뚱하게 '성희롱 논란'으로도 흐를 뻔했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이 문 수석을 돕기 위해 "박주현 국민참여수석만 벗으면 됩니다"라며 '썰렁한' 농담을 했기 때문. 노 대통령이 "그것은 걸립니다"라고 제동을 걸었고, 정 보좌관은 "전혀 '성…' 그런 게 아니고, 박 수석이 항상 옷을 화사하게 입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결국 회의에서는 아무도 상의를 벗지 않았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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