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대검 청사 10층 중수부 조사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자살한 지 일주일이 지난 11일 정치권에서 강압수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살 직전까지 정 회장이 검찰에서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의 수위로 조사를 받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을 수사해온 중수부는 7월26일과 31일, 8월2일 3차례 정 회장을 소환, 대검 청사 10층 중수1과장 옆방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조사실이 아닌 사무실에서 대담 형식으로 이뤄졌고, 중수1과장을 비롯한 수사 검사들이 심문을 담당했다. 매 조사때마다 꼬박 12시간에 걸쳐 추궁이 이어졌고, 자살 하루전인 2일에도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조사가 이어졌다. 검찰은 이미 7월26일 첫 조사에서 정 회장으로부터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을 자백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의 진술을 앞세워 구체적인 비자금 조성 및 사용처 등을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과정에 절차적 문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중수부는 정 회장 조사과정에 이례적으로 변호인의 입회를 허용했다. 변호인측도 정 회장의 조사과정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철야수사도 하지 않았고 정 회장에게 이상한 낌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수위'에 대해선 검찰과 현대측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현대측은 "정 회장이 인간적인 모멸감을 받았다" "두꺼운 책자로 정 회장의 머리를 쳤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까지 정치권에 흘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일반 잡범도 아닌 재벌 회장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더구나 검찰의 '정예부대'인 대검 중수부가 트집을 잡힐 수 있는 빌미를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수사 관계자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며 "전화번호부 책이 있는지 직접 현장 검증을 해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2일 마지막 조사 당시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당시 장용석 변호사가 동행했고, 식사 때도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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