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코너리(73)는 여전히 섹시하고 중후하다. 칠순의 나이에도 맨주먹으로 상대를 때려눕히고 수준급 총솜씨를 발휘하는 '젠틀맨 리그' 속의 활약은 크게 억지스럽지 않다. '젠틀맨 리그'의 매력은 또 있다. 톰 소여, 도리안 그레이, 투명인간, 지킬박사 등 영·미의 판타지 또는 모험소설 주인공을 모두 불러내 '모험의 세기인 19세기를 대표하는 영웅 선발전'이라도 한 듯한 초호화 캐릭터다. 하지만 이 판타지 액션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칠순의 숀 코너리로부터 나온다는 데 한계가 있다.눈길을 끄는 도입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이다. 무대는 19세기.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이 등장하고, 이에 맞서는 의인이 손을 맞잡고 대항한다는 설정은 웨스턴 이래 익숙한 할리우드의 공식이다. 악당 팬텀이 맛보기로 런던의 중앙은행을 선택해 신식 장갑차로 은행 내부를 박살내는 장면은 눈길을 뺏기에 충분하다. 뱀파이어부터 캡틴 네모까지 친숙한 영웅들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하나 둘 모이는 장면도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문제는 다채로운 액션이 고풍스러운 19세기 분위기에 파묻힌다는 것. 첨단 SF 액션영화에 길이 든 관객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지킬 박사는 '헐크', 투명인간은 '할로우 맨' 변종 같다. 익숙한 이야기와 캐릭터의 종합선물세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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