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1일 권노갑 전 고문이 현대로부터 비자금을 받았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자 아연 당혹감에 휩싸였다. 당직자들은 속속 당사로 모여들어 파장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치권에 대한 대대적 사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신당 논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상당수 당 관계자들은 이날 함승희 의원이 정몽헌 회장에 대한 검찰의 가혹행위를 주장했음을 들어 검찰이 '한 밤 중 발표'를 하게 된 저의를 의심했다. 일부 인사들은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뛰었고 "(총선때) 원 없이 써 봤다"고 말했던 점을 생각하며 파장을 주시했다.이날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신당 관련 조정대화기구 모임을 주재하던 정대철 대표, 김원기 고문, 박상천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회의도중 메모를 통해 이 같은 보고를 받고 대책을 숙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지을 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주류측 한 의원은 "돈이 건네졌다고 알려진 2000년 당의 핵심은 김옥두 정균환 의원들 아니냐"며 구주류쪽 인사들을 겨냥했다. 그러나 다른 신주류측 의원은 "지난 정권의 실세들이 잇따라 사법처리 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구주류측 한 인사는 "당시 권 전 고문의 비자금이 소장파 의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며 신주류쪽에 화살을 돌렸다.
함승희 의원은 "내가 중수부 수사팀을 다 갈아야 한다고 하니 검찰이 바로 치고 나온 것 아니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정 회장이 검찰 가혹행위 때문에 비자금 수수를 털어놓았고 검찰은 그걸 갖고 있다가 내가 가혹행위를 제기하자 갑자기 발표를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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