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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재 코미디영화 쏟아져/"고저 웃겨드리러 내려왔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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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재 코미디영화 쏟아져/"고저 웃겨드리러 내려왔시요"

입력
200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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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는 장르는 다르지만 남북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액션이나 스릴러 형식을 통해 두 영화가 성찰했던 것은 남북한의 단절된 상황이었다. 남북 문제는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무거운' 주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북한을 다루는 영화의 시각이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다.15일 개봉하는 '남남북녀'는 북한의 당성 강한 여대생과 남한의 바람둥이 대학생이 옌볜에서 만난다는 설정으로 만든 코미디. '자카르타' '몽정기'를 만든 정초신 감독의 작품으로 남북한의 언어 차이에 착안한 코미디가 웃음을 부르는 중심 역할을 맡는다. 이를테면 '애인있어요?"라는 질문에 "빠X리 하는 사람 말씀이야요?" 식의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최근 촬영에 들어간 정준호 공형진 주연의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남한에 표류한 북한 장교와 병사가 북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코미디로 그린다. 북한 해군함장 최백두(정준호)와 말년 무전병 임동해(공형진)가 동해안 해수욕장에 표류, 부모 몰래 바닷가에 놀러 온 경찰서장의 딸, 이 소녀를 찾는 형사들과 엉키면서 코믹 드라마를 엮는다.

CF 스타 김정화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재수 학원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의 '퀸카' 아르바이트생 효진이 알고보니 진짜 간첩이라는 설정이다. '복수혈전'을 만든 코미디언 이경규가 12년 만에 감독에 도전하는 '우리가 몰랐던 세상' 역시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80년대 남파 간첩의 손으로 길러진 간첩이 남한에 내려와 교육과 현실의 괴리를 깨닫는다는 내용의 코미디물이다.

북한 소재 영화가 이데올로기의 부담을 완전히 털어버리고 코믹한 설정에 멜로나 액션을 가미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연초 개봉한 '이중간첩'에서 보듯 진지한 접근이 흥행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조폭 코미디의 한계에 부닥친 영화계가 새로운 소재 발굴에서 '북한'이라는 복고적 흥행 아이템을 찾아낸 것도 북한 코미디 영화가 늘어난 이유이다. 영화에서 북한은 개발이 덜 되고, 원시적이며,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묘사된다. 코카콜라를 건네는 남자에게 "이 귀한 걸"이라며 감격해 하고('남남북녀'),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 북한군은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드는('동해물과…') 식이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남한 여성에게서 상실한 '순종적 여성형'을 찾으려는 것도 북한 소재를 돋보이게 했다. 북한 여성은 성이나 연애에 대해 폐쇄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을 통해 멜로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최근 북한 소재 영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이들 영화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북한의 오늘이 아니라 남한의 물정을 잘 모르거나, 남한 사람과는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일 뿐이다.

영화계에서는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북한 소재를 다루는 이런 영화들은 애초의 관심이 그랬듯 '반짝' 유행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 "남남북녀"는 어떤영화

'남남북녀'는 옌볜의 고구려상통고분 발굴단에 참가한 남한의 '놀새' 김철수(조인성)가 죽은 어머니를 빼닮은 북한 여대생 오영희(김사랑)에게 푹 빠져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여기에 약간의 사기성이 있는 조선족 가이드(공형진)와 영희의 친구(허영란)가 끼어 들어 옥신각신하는 로맨틱 드라마가 꾸며진다.

'남남북녀'는 두 편의 작품만으로 상업 영화 감각을 인정 받은 정초신 감독에게조차 북한 소재 코미디는 버겁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두 남녀의 문화 차이를 강조하면서 시튜에이션 코미디로 상황을 풀어 나가야 하는데, 북한을 마냥 못 살고 못 먹는 나라로 그릴 수도, 그렇다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딸인 오영희를 마구 유린할 수도 없었다. 한마디로 대상을 마음껏 요리하는 데 부담을 느꼈음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말 장난은 많지만, 잇단 조폭 코미디로 한참 높아진 가학적 유머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코미디에 아련한 멜로 분위기를 섞는 것도 최근 흥행작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지만 새로움이 없으니 감동도 없다.

'클래식'에서 실망스러웠던 조인성의 연기력이 많이 탄탄해졌고, 김사랑 역시 북한 처녀의 독특한 말투로 데뷔전을 무난하게 치러냈다. 하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막판에 총격전까지 벌이고, 그런 '범죄자'가 또 다시 북한에 들어가 공식 세미나 자리에서 구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12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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