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은 '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라고 했다. 그는 거울이 비추는 허상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거리를 또 이렇게 표현했다. '거울속의나는왼손잽이요./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이상과 마찬가지로 건축과 출신인 신인 감독 김성수의 '거울 속으로'는 "'거울 속의 나'에게 악수를 건네는 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심리 스릴러 영화다. 르네 마그리트나 얀 반 아이크의 그림처럼 거울 속과 거울이 비치는 영상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거울 속으로'는 야심적이고 독창적이다.바꾸어 말하면 신인감독이 들고 나오기에는 소화하기 어려운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거울 속의 내가 나와 등지고 서있다면 어떨까' 하는 의문을 르네 마그리트가 던졌다면, 신인감독 김성호는 '거울 속 나와 거울 밖의 내가 다를 수도 있다'고 발상한다.
감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거울 속에 비치는 내가 나를 살해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문제는 과연 이 무시무시한 질문을 100여 분 동안 끌고 갈 수 있느냐이다. 화재 사건으로 문을 닫았던 백화점의 재개장을 앞두고 거울 앞에서 잇달아 사람들이 죽는다는 설정은 분명 흥미롭다. 백화점 보안 책임자 우영민(유지태)이 곤경에 빠지고, 그의 옛 형사 동료 하현수(김명민)가 우영민을 대신해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둘 사이의 긴장이 더해지고 여기에 쌍둥이 자매가 끼어 드는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볼 마음이 있는 관객이라면 예고편이나,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기사를 읽지 않는 게 좋겠다. 처음 접하는 거울의 공포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거울이 수상쩍게 여겨지겠지만 거울이라는 신선한 소재는 영화 속에서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벨라스케스의 '궁녀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키니의 결혼식' 등 거울에 관한 서양의 명화와 거울 관련 정신분석 사례가 영화 속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우영민의 후배인 정신과 의사의 설명으로 끝난다는 점도 아쉽다. 감독은 자신이 알고 있는 거울의 의미를 모두 알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듯하다.
'소름' 이후 오랜만에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김명민을 제외하면 다른 주·조연의 연기에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누가 맡더라도 그 이상을 보여주기 어려웠겠지만 유지태의 광기는 광기라고 하기엔 섬약하고 무기력해 보인다. 종반부의 격투 신이 지나칠 정도로 유혈 낭자한 부분도 부담스럽다.
신인감독으로서 자신의 개성적 세계를 들고 나온 감독은 올해 매우 드물다. 그런 면에서 김성호는 영화로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드러내는 희귀한 경우다. 다만 그 생각을 드라마로 옮기는 데 있어서 독창성은 아직 거울 속에 잠겨 있고, 그는 끝내 '거울 속의 나'와 손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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