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특별해." "내겐 너 밖에 없어."DVD를 만드는 제작사들은 어쩌면 소비자를 짝사랑하는 연인이거나 조금 과장하면 스토커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꽤 많은 DVD타이틀 제목 옆에 애정(?)이 깃든 이름이 붙어있다.
이 칼럼 밑에 있는 DVD순위표를 보자. 순위와 타이틀 제목 옆에 SE, LE, UE 등 희한한 영어약자들이 써있다. DVD를 잘 모르면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
SE는 '특별판'(Speical Edition)을 뜻한다. 다른 DVD와 비교해 무언가 특출나다는 의미다. 최근 발매된 워너브라더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SE'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손수 편집한 상영시간 3시간49분의 무삭제 감독판이다. 그래서 특별판이다. 게다가 영화평론가가 감독과 배우, 제작에 얽힌 얘기를 설명해준다. 미국보다 일주일 빨리 10월 1일 국내 출시될 '라이온킹' DVD 역시 특별판이다. 아이맥스영화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웅장한 사운드를 DVD에 수록하고 극장 개봉시 없었던 '모닝 리포트'란 노래를 넣어 특별하다는 것이다.
제목 옆에 SE가 붙어 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므로 DVD를 고를 때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심지어 '쉬리' '로미오와 줄리엣' '아이언 자이언트'처럼 같은 영화라도 일반판과 특별판 2가지가 출시된 것도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LE. '한정판'(Limited Edition)이란 뜻인데 DVD를 정해진 수량만 생산한다는 것. 한정판에 대한 DVD마니아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얼마 전에는 '클래식' '애니매트릭스' 한정판이 인터넷 예약 주문만으로 다 팔렸다. 3장짜리 DVD로 새로 나온 '블랙호크다운'의 경우 영화는 슈퍼비트급에 부록이 많아 '디럭스', CD음반을 넣은 1만장 한정판으로 'SDE 한정판'이란 별칭이 붙었다. '봄날은 간다' '라이언일병 구하기'처럼 일련번호가 붙은 한정판도 있다.
제작사가 DVD의 품질과 내용에 자신이 넘칠 때는 '최종판'(UE·Ultimate Edition)이란 표현을 쓴다. '터미네이터 2 UE'는 결말이 다른 3가지 영화를 담고 '친구 UE'는 곽경택감독의 해설과 부산 촬영지 순례기를 수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최근 '터미네이터 2'의 '익스트림 에디션'(EE) DVD까지 발매됐는데 극한의 영상과 음향을 담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값을 못하는 DVD도 종종 눈에 띈다. SE, LE라고 주장하지만 DVD 내용을 보면 형편없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일반판 DVD보다는 제작사들이 붙인 SE, LE 등의 이름이 있는 타이틀이 비교적 좋은 DVD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론 제작사들이 DVD 제목에 붙인 애정 어린 표현에 관심을 쏟아주자.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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