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손모씨가 2000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전국구 공천을 받기 위해 2억원을 제공했다며 윤여준 의원과 김모씨를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밝혀지자 한나라당은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3년 전 당의 총선자금이 본격적으로 수사대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그러나 대응은 삼가고 있다. 11일 열린 상임운영위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박진 대변인은 이날 "김씨와 손씨의 채권채무 관계로 당과는 무관하다"고만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수사가 양길승 전 청와대 1부속실장 향응 파문과 한총련 과격시위 등으로 위기에 몰린 여권의 궁지 탈출용 '물타기'의 인상이 짙다고 보고 있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굳이 일요일(10일)에 단순 고소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한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현 지도부는 총선 당시의 내막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씨가 이회창 전 총재를 두 번이나 만났고, 이 전 총재가 공천헌금 폭로회견을 하려는 손씨를 만류했다는 사실 등이 의구심을 사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가타부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사정은 윤 의원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그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대답이 전부다. 윤 의원은 "총선 승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던 이 전 총재가 혹시 선거에 누가 될까 싶어 손씨를 직접 만나 설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섣불리 대응을 했다가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와 낭패를 보느니 일단 수사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게 한나라당의 생각이다.
이 전 총재측은 이날 공천헌금 의혹에 대해 "전국구든, 지역구든 돈을 받고 공천한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측근은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DJ정권이 벌써 파헤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더라도, 전국구 상위순번에 배정된 일부 후보가 특별당비 형식의 헌금을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한 의원은 "몇몇 재력가가 전국구 의원 당선 후 거액을 당에 입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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