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국무총리는 11일 리언 라포트 사령관 등 주한미군 지휘관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만찬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일부 급진적인 학생들이 미군 훈련장에 진입해 시위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총리는 만찬사를 통해 "시위 가담 학생은 물론 배후세력도 철저히 수사해 엄단할 것"이라며 "8·15를 전후한 일정 기간 동안 미군시설 주변을 특별경비구역으로 설정해 경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 총리는 이어 지난 6월 주한미군 맬사 체스틸로 이병이 훈련 중 사고로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훈련장 인근지역 도로 개선과 안전시설 설치 작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재발 방지책 설명을 위해 이날 오전 급히 참석자 명단에 포함된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한총련 학생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강력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라포트 사령관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안전보장 공약은 주한미군의 가장 중요한 약속이며 한미동맹은 향후 50년간 보다 굳건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시위 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므로 주한미군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앞으로 미군이 시위대와 직접 대치하는 상황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 고 총리는 주한미군 재배치 등 한미간 현안과 관련, "정부는 미2사단 주둔여건 개선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된 문제를 협의할 범정부 대책기구를 검토중"이라며 "앞으로 이를 통해 주한미군과 관련한 제반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날 모임은 고 총리가 지난 5월 미2사단 사령부를 방문, 한미간 파트너십 증진을 위한 저녁식사를 제안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한총련 시위로 인해 초반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본격적인 만찬에 들어가서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고 전했다.
만찬에는 미국측에서 라포트 사령관 외에 랜드 스미스 주한미군 부사령관,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 존 우드 미 2사단장 등이, 한국측에서는 강 장관과 유보선 국방부 차관, 김주현 행자부 차관, 최기문 경찰청장,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