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대학교수 교사 학원강사 등이 상장기업이나 코스닥 등록 기업의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하고 있다.10일 증권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변호사인 최호근씨가 7일 투자 목적으로 법정관리 중인 진도 주식 147만2,550주(7.22%)를 장내에서 매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진도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막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달 기존 주주 지분이 10대1로 감자(減資)된 데다 최대 주주였던 자산관리공사까지 지분을 매각한 상태"라며 "주요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도 4.09%에 불과해 최씨가 회사를 사실상 인수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직 교사인 나홍숙(57)씨 등 5명도 4일 화의기업인 서광건설 지분 31.9%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서광건설 관계자는 "나씨는 현재 교사이지만 금감원 지분취득 신고서에 대표 보고자로 이름을 올린 만큼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광명전기는 지난달 경희대 황주호 교수가 지분 13.76%를 인수, 1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치열한 M&A 다툼에 휘말려있다. 이 회사는 7일 새 대주주가 현 경영진을 해임하자 다음날인 8일 다시 현 경영진이 새 대표를 해임하는 등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명 영어강사인 이보영씨가 대표인 '이보영아카데미'는 지난달 코스닥기업 에듀박스 지분 13.59%를 매입,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영진닷컴지분 15.70%도 사들였다. 이씨는 이달 초 영진닷컴의 등기이사로 올라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 취득 신고 때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최근 거액을 투자하는 개인 큰손 중 상당수는 전문직"이라며 "각종 규제 완화로 기업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하고, 구조조정 기업 가운데 헐값 매물이 나오면서 몇몇 개인 큰 손에 이어 자금력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국내 M&A 시장을 달구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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