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화에서는 응급처치 장면이 소홀하게 취급돼 일반인들이 실제 상황에서 환자에게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할 수 없게 만들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인철 교수팀은 10일 "1996∼2001년 개봉된 한국영화 중 서울 관객이 10만명을 넘긴 80편을 조사한 결과, 응급처치가 필요한 46 장면 가운데 반도 안되는 24건(52.5%)만 응급처치를 했고, 그 중에서 정확한 응급처치는 8건(17.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실례로 '신장개업'(1999년)과 '하면 된다'(2000년)에서 응급처치가 필요한 장면이 나왔는데도 주변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등장인물이 그대로 사망하는 장면이 나왔다.
다른 우리 영화에서는 의식 없는 환자에게 기도를 확보하지 않고 물을 먹이거나 베개를 베게 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환자에게는 절대로 물을 먹이면 안되고 베개를 베면 호흡이 더 곤란해 진다.
또한 적지 않은 영화에서는 의식 없는 환자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실제 응급처치에서는 2차 부상을 막기 위해 먼저 목 부분을 고정시켜 신경손상을 예방하고 가만히 제자리에 반드시 눕혀 놓은 뒤 119구조대 등을 통한 전문가에 의해 안정된 상태로 이송해야 한다.
반면 미국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년)에서 주인공은 아내의 남자친구가 식당에서 음식물로 기도가 막히자 등 뒤에서 양팔로 껴앉는 자세를 취한 뒤 뒤에서 힘껏 압박해 기도에 걸린 음식물을 뱉어내도록 하는 '하이림힘 방법'을 정확히 시행했다.
박 교수는 "몇 년 전 방영됐던 TV드라마인 '종합병원'에서도 의료진의 자문으로 응급처치 장면을 훌륭히 해 낸 적이 있었다"며 "우리 영화도 앞으로는 적절한 응급처치술 장면을 실어 일반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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