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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신용대란… "근시안증"부터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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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신용대란… "근시안증"부터 버려야

입력
2003.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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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자가 320만명이 넘었다는 통계를 접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채권추심, 신용조회, 신용평가 등의 신용정보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욱 그러하다. 신용사회 구축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신용사회가 구축되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못지 않게 개인이나 기업의 정신 자세도 중요하다고 본다.연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소액 신용 불량자, 상거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거나 금융 차입금의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우리 모두의 걱정거리다. 그런데 이들 개인이나 기업 가운데는 처음부터 채무를 상환할 생각은 하지 않고 '배째라'식으로 나가는 경우도 흔하다.

신뢰 관계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는 기업도 있다. 자체 사업을 통해서는 상환할 가망이 없는 과중한 채무를 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채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오로지 로비를 통해 좋은 신용 등급을 받고자 한다.

신뢰나 신용이 결여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당장 위기를 피하고 보자는 이른바 '신용 근시안증'이다. 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다는 식의 사고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결과로 개인이나 기업은 기회만 있으면 남을 기만해서라도 자기 이익을 취하려 하고 양보나 우회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신용근시안증에 걸리면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 가령 개인은 처음부터 갚을 능력이 없으면서도 자금을 빌리고, 기업주는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차입금이면 아무 것이나 받아들여 사업을 확장한다. 이들 기업주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은 단지 이자를 높게 받는다는 이유로 그러한 개인이나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다.

신용사회의 구축은 각 경제 주체가 근시안적인 사고와 안목을 버리고 길게 보고 행동할 때 가능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사성어는 신용사회 건설을 위해서도 필요한 개념이다. 자신이 타인의 입장에 서 보고 타인의 이익도 고려해서 행동을 하는 것이 신뢰관계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우리사회의 상호신뢰 구축과 신용사회 건설을 위해 서로가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리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을 찾아 나서자고 제안한다.

강 의 정 서울신용평가정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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