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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적은 손실, 더 큰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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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적은 손실, 더 큰 손실

입력
2003.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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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행동 재무론(Behavioral Finance)이라는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정통 재무이론을 통해서 증권시장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을 얻을 수 없었던 일반인들에게는 깜짝 놀랄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이론들이다. 정통 재무론에 비해 행동 재무론은 인간이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다.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만약 당신에게 다음 두 가지 선택안이 제시된다고 하자. 첫번째는 75만원을 확실히 잃는 것이고, 두 번째는 100만원을 잃을 확률이 75%이고 아무것도 잃지 않을 확률이 25%라는 것이다. 물론 이 둘의 기대손실은 똑같이 75만원이다. 이 경우 당신 같으면 확실히 75만원을 잃는 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잃지 않을 가능성에 한번의 도박을 걸어 볼 것인가?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번째를 택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손실을 입을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두 번째와 같이 미래로 손실을 지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더 큰 손실을 보게 될 가능성을 무릅쓰고라도 그 쪽을 택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행동 재무론에서는 손실 회피라고 부른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손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은 똑 같은 크기의 이익을 통해 얻어지는 기쁨보다 두 배 반의 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상태로 인해 실제로는 자신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232년의 역사를 가진 베어링스라는 금융기관의 주식을 하루아침에 1달러짜리로 만들어버린 닉 리슨이라는 트레이더 역시 이 기본을 실천에 옮기지 못해 큰 사건을 저지른 경우다.

반면 프로들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냉정하게 손절매를 실행에 옮긴다. 시장이 틀렸을지라도 손실은 현실인 이상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점은 자신의 심리적 허와 실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주문은 철학에서와 마찬가지로 투자의 세계에서도 가장 오래된 금언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번 빠지기 시작한 주가는 올라가기보다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지만 사람들은 '혹시나'에 연연하면서 손실을 키워가게 된다. 이런 유혹을 떨치고 손실을 직시하는 것이 자신을 이기는 진정한 용기일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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