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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14) 요실금으로 고통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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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14) 요실금으로 고통당하나

입력
2003.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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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에게 6~7배나 많은 증상여성에게 노화의 신호는 어디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나. 점점 거무튀튀해지고 탄력을 잃어가는 피부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노화의 증세는 여성을 서글프게 하지만, 자존심까지 건드릴 정도는 아니다. 많은 여성들을 참담한 기분에 빠뜨리는 노화의 표시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요실금 증상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변이 새어나와, 옷을 적시는 요실금은 여성의 삶을 불편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인하의대 비뇨기과 박원희 교수(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 회장)는 “요실금이 찾아오면 자신의 몸에서 소변냄새가 난다고 생각하고 남이 눈치챌까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를 꺼리거나 부부관계까지도 피하는 여성이 많다”면서 “그러나 요실금은 50대 이상 여성 두명 가운데 한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으로, 부끄러워하거나 묵묵히 견디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의 2003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요실금 여성은 전체 여성(30세이상)의 41.1%로 드러났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은 6.4%만이 이를 호소, 여성이 훨씬 흔하게 겪는 증상임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요실금은 더 많은 여성에게 나타나, 40대 44.3%에서 50대 47.4%, 60대 50.5%, 70대 55.9%로 상승했다.

◈ 요실금 타입 정확히 알아내야

여성들은 요실금 증상을 창피해 하면서, 동시에 치료 자체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의사를 찾아가는 것도 꺼리고, 주위 사람 심지어 남편에게도 자신의 이런 증상에 대해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의사들은 “배뇨장애로 내원한 환자에게 ‘요실금’이라 진단하면, 대부분 여성은 ‘치료는 다음 기회에 하겠다’며 그냥 돌아간다”고 전한다. 우리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료 선진국인 미국조차도 요실금 여성의 4분의 1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극적 치료는 접어둔 채, 기저귀나 패드를 차는 여성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자만 소극적인 게 아니다. 의사들도 ‘소변이 흘러나오는 증상=요실금’이라고 이해하고 있을 뿐, 요실금 타입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 데도 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요실금은 크게 복압성요실금과 절박성(과민성)요실금으로 구분된다. 기침하거나 웃거나 재채기할 때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없이 소변이 새서 옷을 적시면 복압성 요실금일 가능성이 높다. 전체 요실금의 50~80%가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소변이 몹시 급해 빨리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속옷을 적시면 절박성 요실금(과민성 방광의 한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절박성 요실금 환자는 하루 8회 이상 화장실에 갈 정도로 소변을 자주 보며,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요실금의 10~20%가 절박성 요실금에 속한다. 절박성요실금은 노인성 요실금이라 할 수 있고, 복압성 요실금은 청장년층 요실금이라 할 수 있다.

또 전체환자의 약 30%는 복압성과 절박성 요실금 증세를 동시에 갖고 있다.

◈ 요실금 왜 생기나

복압성 요실금이 생기는 직접적인 원인은 골반근육이 약화하고 요도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출산 때 여성의 골반근육은 잡아 당겨지면서 음부신경이 손상되고 근육과 인대가 찢어지게 된다. 홍재엽 마노메디 여성비뇨기과 원장(아시아요실금퇴치협회 한국대표)은 “분만으로 골반 근육이 늘어나면 수축하는 힘이 약해져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배에 힘이 들어가게 될 때 방광과 요도가 밖으로 처져 내려오면서 소변이 새게 된다”고 말했다. 자연분만한 여성이 제왕절개를 통해 분만한 여성보다 훨씬 요실금 증세를 많이 호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여성호르몬 감소나 비만도 원인이 된다. 선천적으로 요도가 짧거나 자궁암 직장암 수술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박교수는 “여성호르몬 감소는 요도 점막을 위축시켜, 요실금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방광에 종양이나 결석이 있을 때도 요실금 증상이 올 수 있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수축하거나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이나 척수손상 후, 잦은 방광염이나 방광암 등 질환을 갖고 있을 경우 대뇌 배뇨 중추에서 방광까지 가는 신경 경로에 이상이 생겨 나타날 수 있다.

◈ 참고 견뎌야 하는 증상 아니다

요실금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내고, 치료받기 위해선 가능하면 비뇨기과 그 중에서도 여성비뇨기에 정통한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물론 산부인과 의사 중에도 여성 비뇨기에 관심도 많고, 치료성적도 뛰어난 의사가 있기는 하다.

요실금 증세에 따라 치료법은 물론 달라지겠지만, 보통 복압성요실금엔 수술, 절박성요실금엔 약물치료가 널리 이용된다.

절박성 요실금의 치료 약물은 방광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항콜린 제제이다. 박교수는 “한때 입안이 마르고 변비 등 부작용이 심해 약제 복용을 꺼리는 경향이 높았으나, 최근 개발된 약들은 부작용 없이 방광 수축만 억제하는 약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절박성 요실금 환자들에게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변을 보게 하는 방광 훈련도 동시에 시킨다. 평소 배뇨간격이 1시간이라면 2주일 단위로 15분씩 늘려 4시간까지 연장하는 방법이다.

복압성 요실금 치료의 마지막 수단은 수술이지만, 일차적으로는 골반근육운동이 추천된다. 특히 증세가 심하지 않고 나이가 젊은 복압성 요실금 환자일 경우 골반근육훈련만으로도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박교수는 “골반근육운동은 요도 괄약근을 강화시켜주어 요실금을 치료해 주면서 방광 안정 작용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 콘 등 운동보조기구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박교수는 “‘맨손운동보다는 아령이라도 들고 한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라면서 “시중에서 선전하는 것만큼 그리 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운동시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바이오피드백을 이용하면 골반근육강화운동을 정확히 배울 수 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탐폰처럼 생긴 전기자극기를 질 속으로 삽입,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 전기신호를 통해 환자가 골반근육을 잘 수축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보통 병원에서는 6~8주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에게 골반근육운동에 익숙해지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장치가 부착된 특수의자를 사용해 요실금을 치료하는 마그네틱 요실금 치료법도 인기를 얻고 있으나, 효과에 대해선 의사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주파수 10~50㎐의 자기장이 골반 속 근육까지 스며들어 근육을 수축시키고 강화시키는 원리다.

수술요법에는 최근 테이프를 이용한 수술법(TVT: Tension free Vaginal Tape)이 각광받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는 “수술 봉합실의 재료로 사용되는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만든 길이 20㎝ 두께 1㎝의 띠모양 테이프를 여성 생식기 내부를 통해 요도 중간 부위에 걸어 준 다음 테이프의 양끝을 배꼽 방향으로 올려주어 U자 모양으로 걸치게 하는 방법”이라면서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해 직장여성이나 자녀양육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여성환자에게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골반근육을 강화하라

전문가들은 요실금 증상이 나타난 후에 골반근육운동을 시작할 것이 아니라, 출산이 끝나 몸이 회복되면 곧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골반근육운동의 일종인 케겔운동을 창시한 케겔박사는 이미 오래전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게 질 수축 운동을 권장하기도 했다. 골반근육운동은 요실금 문제를 완화할 뿐 아니라 활력있는 성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비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요실금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비만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광을 자극하는 알코올 카페일 유제품 매운 음식 초콜릿 꿀 설탕 등 섭취도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다. 커피나 홍차를 마신 후 소변량이 늘면서 요실금을 경험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송영주 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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