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정리하는데 사진들이 한 무더기 쏟아졌다. 들춰 보니 예전에 함께 여행 갔던 사람들의 사진이다. 보내줘야지, 보내줘야지 하다가 벌써 몇 년이 지나버린 것이다. 일은 이렇게 진행된다.여행에서 돌아오면 보통 카메라엔 찍지 않은 필름이 몇 장 남아 있다. 음, 저걸 다 찍고 현상을 해야지.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면 사진 찍을 일이 별로 없다. 몇 달이 지나 필름을 꺼내 다른 필름들과 함께 현상소에 맡기면 사진이 나온다. 그것들을 사람 별로 분류하여 봉투에 담는다. 만나면 주어야지, 생각하다가 세월이 흐른다. 처음엔 책상 위에 있던 사진 봉투가 서랍 속으로 들어간다. 서랍 속에는 들어가야 할 다른 물건들도 많다. 사진 봉투는 점점 더 안으로 깊이 들어가 파묻힌다.
어느 날 사진의 주인공을 우연히 만난다. 아는 사람을 만나러 나갔는데 옆에 앉아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간혹 그 사람을 만나러 가면서도 사진 가져가는 것을 잊을 때도 있다. "아차, 사진을 드려야 하는데…." 말을 꺼내면 상대방은 의외로 무심하다. "아, 뭐, 나중에 주세요. " 그러나 그 나중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 때문에 사진은 더더욱 깊숙이 파묻힌다. 그런 사진이 너무 많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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