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들어 놓고 14년을 끌어오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고가 미술품과 골동품 양도차익에 대한 종합소득세 부과를 둘러싸고 정부와 미술계가 다시 대립하고 있다.1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2,000만원을 넘는 미술품이나 골동품을 팔아 양도차익이 생겼을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 때 다른 소득과 합산해 신고하고, 금액에 따라 9∼36%의 소득세를 내야 한다. 정부는 1990년 미술품 투기바람이 거세자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했으나, 미술계의 반대로 93, 96, 98, 2001년 등 5차례나 미뤄져 올해 말까지 시행이 최종 유예돼 있는 상태다. 과세 대상은 개(점) 당 금액이 2,000만원을 넘는 회화, 판화, 조각과 골동품(제작연도 100년 이상) 등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미술협회,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등 10여개 단체는 6월부터 '21세기 한국미술 진흥을 위한 연대모임'을 결성, 서울 인사동과 화랑 등에서 '미술품 양도차익 종합소득세 폐지를 위한 100만명 가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법안폐지 청원서를 국회에 보냈고, 12일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재경부,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과세의 부당성을 알리는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 등 28명도 내년 1월부터 미술품·골동품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토록 한 현행 법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미술계는 미술품·골동품을 사고 팔 때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면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미술시장이 황폐화하고 2,000만원이 넘는 대작의 창작활동이 위축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경부와 국세청 등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게 원칙이며, 고가 미술품과 골동품이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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