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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발길 막던 삼일고가 본격 철거 명동·충무로 상권 "햇빛"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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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발길 막던 삼일고가 본격 철거 명동·충무로 상권 "햇빛" 들까

입력
2003.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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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고가도로 철거 작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8일 오후. 상판 절단 작업을 하느라 뜨겁게 달아오른 바퀴톱(Wheel Saw)은 쉴새 없이 진동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1970년 완공된 이후 서울 중구 명동과 충무로를 휴전선처럼 갈라 놓았던 삼일고가는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다.남다른 기대감을 품은 채 삼일고가 철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명동과 충무로의 상인들이다. 불황 탓인지 겉으로는 분명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철거 이후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굳이 감추지 않는다.

특히 명동 상인들은 삼일고가 철거를 누구보다 환영하고 있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고가 철거를 위해 힘써왔다. 삼일고가로 인해 명동 상권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 실제로 영화인들이 즐겨 찾던 진고개는 삼일고가 건설 이후 명동 상권의 외곽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가가 철거되고 충무로와 이어지는 횡단보도가 들어서면 다시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죽었던 상권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날 것이라는 게 명동 상인들의 생각이다.

명동 중앙시네마극장의 홍보팀장 강기명씨는 "삼일고가에 가려 우리 극장이 어디 있는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고가가 철거되면 우리 극장의 관객도 늘지 않겠느냐"며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12월 리모델링에 들어간 세종호텔도 "고가가 헐리고 남산과 충무로를 비롯한 인근 지역과 왕래가 보다 수월해지면 관광특구로 지정된 명동에 외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며 내심 반기는 눈치였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듯 삼일고가 부근 명동, 충무로의 건물들은 요즘 매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명동 유성부동산컨설팅의 정방조 대표는 "삼일고가 철거가 가시화한 이후 이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으며 건물 가격도 실제로 상승하고 있다"며 "경제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삼일고가 철거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명동 상가번영회 김재훈 총무부장은 "고가가 건설되기 전만 해도 충무로와 명동은 같은 상권이었다"며 "고가 철거로 쇼핑 중심지인 명동 상권과 문화 공간인 충무로가 이어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생각은 지난달 발족한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개발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신언 신부)가 명동개발 초안을 마련함으로써 한층 힘을 얻고 있다. 2005∼2007년 명동성당 구내와 계성초등학교, 가톨릭회관, 주차장, 옛 사도회관 등 1만4,000여평을 리모델링한다는 것이 개발의 핵심 내용. 가톨릭회관 부지는 야외극장을 갖춘 광장으로 조성해 서품식 등 교구행사와 연극·음악 공연 등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열 수 있게 하고 계성초등학교 부지에는 성직자 교육 건물과 녹지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명동이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삼일고가 건너편 충무로 3가 상인들의 반응은 다소 복합적이다. 충무로 3가는 일제시대부터 영화사와 극장이 들어서 문화 중심지로 각광받던 곳. 그러나 1970년대부터 영화사와 극장이 하나 둘 사라지고 소규모 인쇄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해 인쇄골목으로 탈바꿈했다. 때문에 당장 삼일고가가 헐린다 해도 명동 쇼핑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을 정도의 상업시설이 없다는 게 고민이다.

충무로 3가에서 10년째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는 "고가가 헐린다 해도 볼 것 없는 이곳으로 사람들이 오겠느냐. 오히려 있던 사람마저 명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충무로도 영화거리를 만들고 가로환경을 정비해 명동상권에 버금가도록 해야 할 텐데…"며 고개를 저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고가가 없어지고 횡단보도가 생기면 왕래가 편해지는 등 여러모로 좋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그래 봐야 가게 세와 보증금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 뻔해 결국 건물주만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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